[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글로벌 중고 스마트폰 시장이 향후 5년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용화를 앞둔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기존 4세대(4G) 이동통신 폰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고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7.6% 증가한 2억67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1억7580만대 수준이던 출하량이 불과 1년 만에 3000만여대 늘었다. 2015년만 해도 중고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8130만대에 불과했다.
이게 성장의 끝은 아니다. 전 세계 중고 스마트폰 시장은 2018년부터 향후 5년간 연평균 13.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23년 3억3290만대까지 출하량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그 가치만 670억달러(약 88조원)에 달해 기존 스마트폰 시장을 위협하는 거대 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데이터에서는 개조한 스마트폰과 이전에 사용한 전력이 있는 스마트폰이 포함됐다.
여러 대륙 가운데 특히 북아메리카 중고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아메리카의 2018년 중고 스마트폰 출하량은 3900만대로 전체 글로벌 중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22.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8720만대까지 출하량이 늘며 전체 시장 점유율을 26.2%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2018년부터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전 세계 시장 추세보다 약 4% 높은 17.4%다.
IDC는 시장 급성장 배경으로 새로운 모델에 비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주는 중고 스마트폰 수요 자체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문자 상표부착(OEM) 생산업체들이 새로운 기능과 합리적인 가격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여전히 고심 중인 것도 중고폰 수요 증가를 불러온 요인이 됐다. OEM이란 주문업체가 요구하는 제품을 제조업체가 만들고 이를 주문업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2018년과 2023년 전 세계 및 북아메리카 중고 스마트폰 출하량. 사진/IDC
앞으로 중고 스마트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바로 5G 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의 발전이다. IDC에 따르면 고사양의 5G 디바이스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폰 교체를 위해 자신이 기존에 쓰던 4G 스마트폰을 대거 내놓게 되는데 중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앤서니 스카셀라 IDC 리서치 매니저는 "최근 새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향후 몇 년간 출하량이 최소 성장에 그치며 줄어들 것"이라며 "대조적으로 전 세계 중고 스마트폰 시장은 어느 지역에서도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고 스마트폰 시장은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DC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2017년부터 2019년 3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주춤했다. 지난해 9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디바이스 출하량 전망에서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전년대비 3.2% 감소하며 티핑포인트(급격한 변화시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전처럼 신기술이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사용자들이 휴대폰을 자주 교체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새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중고 스마트폰 시장 반등이 기존 공급업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브랜드를 알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카셀라 매니저는 "스마트폰 공급 업체들은 저렴한 중고 폰을 판매함으로써 그들의 상품은 물론 브랜드를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5G 상용화의 영향을 받아 글로벌 중고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5G 시대를 맞이하는 통신사에서 초반에 높은 혜택의 행사 등을 열 가능성이 있는데 이 수혜를 입으려는 이용자 사이에서 이참에 기존 폰을 팔고 5G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질 높은 중고 매물이 나오는 등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