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0년 전 핀란드 칼라사타마는 사람 왕래가 없는 ‘유령 마을’이었다. 버려진 항구였던 이 곳은 2010년 첫 삽을 뜬 이래 지금까지 대대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로 곳곳엔 무인버스가 다니고 시민들은 공유 공간을 대여한다. 리빙랩이라는 시스템으로 시민들은 직접 기업의 신기술을 시험하고 채택한다. 도시에는 일자리가 1만개 가까이 늘어났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업들과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버추얼 싱가포르’를 시행 중이다. 실제 싱가포르와 똑같은 3D 가상 도시를 7000만 달러로 구현했다. 시뮬레이션으로 교통, 에너지, 환경 등 행정 서비스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홍수 문제까지 이 가상 도시로 모니터링하며 대비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회장이 ‘제 4차 산업혁명’을 의제로 제시한 지 3년. 전 세계 국가들은 ‘초연결성’을 국정 핵심 철학으로 내세우며 슈밥 말대로 “완전히 다른 일상 풍경”을 경험하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스마트그리드, …. 영화 아이작 아시모프 소설 원작의 영화 ‘바이센터니얼맨’이 실제 공간에서 구현될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은 올해 5G 상용화를 세계 최초 선언하며 이 대변혁의 한복판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핀란드, 싱가포르처럼 일상에서 감지되는 실제 변화가 눈 앞에 펼쳐지진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청사진이 미비한 걸까. 10년 뒤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책 ‘5G 초연결사회, 완전히 새로운 미래가 온다’가 관통하는 질문들이다.
국내 미디어·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저자는 한국의 4차 산업 미래가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 정책에 있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포용은 5G 기반의 ICT로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특정 계층의 소외나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을 말한다.
저자는 “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특정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는 사회적 ‘포용(Inclusion)’에 기반한다”며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한 기회를 활용해 경제적 성과는 극대화하면서 성장의 결실이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5G의 기술적 가치는 단순히 LTE보다 빠른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뇌세포처럼 촘촘한 그물망으로 모든 것을 이어주는 초연결성에 있다. 이 초연결적 기술 환경에서는 필연적으로 고용 불확실성, 양극화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이 사회 통합, 경제적 성장의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한국의 미래를 이미 ‘디지털 포용’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천 중인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찾는다.
책은 현 정부의 ‘파편화된 ICT 정책’ 한계도 짚어낸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5G 시대의 혁신성장, 디지털 포용에 관한 정책 권한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분리, 이원화돼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종합적 국가 전략 수립, 총괄 조정은 대통령 소속 4차 산업 혁명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저자는 “방송 통신 이용자 보호 관련 업무, 인터넷 분야 진흥과 규제, 지상파 방송 재송신 및 종합유선방송 재허가 등의 사안에 양 기관이 독자적 정책 결정을 하며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전략 수립, 집행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어 ICT 거버넌스를 통합 운영하는 미국, 일본의 사례를 들며 “정부 차원의 거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ICT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 속 밑줄긋기: ‘한국은 더 이상 IT 강국이 아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전환 시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디지털 거버넌스 부재, 공유경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심화 등이 국가 차원의 디지털 대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이 책이 개인과 기업에게는 생존전략서로, 대전환을 모색하는 정부에게는 국가미래전략보고서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