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국내 재계 서열5위 롯데그룹을 일군 신격호 명예회장이 향년 99세로 19일 별세했다.
젊은 시절의 신격호 명예회장. 사진/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은 현재의 롯데그룹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약 70년간 롯데그룹을 이끈 신격호 명예회장은 1921년 경상남도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울산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종축장 기사로 일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던 그는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와세다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며 우유와 신문을 배달을 통해 학비를 마련했다. 신 회장의 성실함을 알아본 한 일본인 사업가가 그에게 투자를 했고 신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윤활유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2차대전, 미군의 폭격으로 공장은 불타버리고 이로 인해 그는 빚을 떠안았다. 그는 실패에도 도망치지 않고 1946년 도쿄에 다시 공장을 세우고 비누, 세제 등 생필품을 만들어 팔아 빚을 갚고 자본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일본 도쿄에서 1948년 종업원 10명과 함께 현재 롯데그룹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신 회장은 이후 한·일 수교 이후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 제과'를 설립하며 모국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1973년 호텔롯데·롯데 전자, 1974년 롯데 산업·롯데 상사·롯데 칠성 음료를 세웠다. 1978년, 1979년에는 평화건업사와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해 각각 롯데건설, 롯데케미컬로 성장시켰다. 1979년에는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첫 개장하며 유통업에 진출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국내 최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신 회장이 1987년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손을 거쳐 점차 사업 영역을 넓혀가던 롯데는 현재 유통, 석유화학, 식품, 관광 등을 아우르는 재계 서열 5위로 성장했다. 1990년 신 회장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 9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1년부터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본인은 롯데그룹 총괄 회장을 맡았다.
약 70년간 롯데그룹을 직접 일궈낸 그였지만 말년은 어두웠다. 지난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터지며 위기를 맞았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국내 계열사 이사직도 퇴임했다.
지난 2017년 경영비리 등 혐의로 징역 4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은 면했다. 지난해 6월 법원 결정에 따라 서울 잠실 롯데타워에서 소공동으로 거처를 옮긴 신 명예회장은 건강이 악화되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한편, 신 명예회장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오는 22일까지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명예장례위원장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장례위원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맡을 예정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