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번 설 연휴가 특히 심했어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손님 수가 반의 반토막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휴대폰 집단상가인 신도림테크노마트의 한 휴대폰 판매점의 점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동통신사들이 공시지원금과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일제히 줄이면서 시장이 냉각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쇼핑몰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설 연휴는 대표적인 휴대폰 유통망의 대목으로 꼽히지만 지난 설 연휴에 각 매장들은 손님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판매점주는 "집단상가는 매장들이 몰려있고 가격을 비교하기 좋아 대표적인 휴대폰 구매처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며 "사람의 발길이 끊겨 각 매장들의 매출이 줄어 그만두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일선 유통망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각 지역에서 단골 손님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이통사들의 공시지원금 및 판매장려금이 줄어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31일 기준 SK텔레콤은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의 경우 갤럭시S10(128GB)의 T플랜 에센스(월 6만9000원, 데이터 100GB) 요금제로 번호이동 할 경우 23만원, 기기변경은 25만원 등의 판매장려금을 책정했다. 한 대리점 점주는 "69요금제 이하의 요금제에는 거의 한 자리 수의 판매장려금이 나오는데 이는 이 요금제들은 판매하지 말라는 의미"며 "5G도 손님들이 거의 찾지 않는 갤럭시폴드와 같은 고가 스마트폰만 판매장려금이 상대적으로 높아 사실상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이후 5G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과도하게 살포하며 가입자 유치 쟁탈전을 벌였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동에 나섰다. 방통위는 이통 3사를 대상으로 특정 유통망에 대한 판매장려금 차등 지급으로 이용자 차별을 했는지에 대해 사실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들은 마케팅 규모를 크게 줄였다. 규제기관이 고강도 조사를 벌이자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며 숨을 죽인 셈이다.
유통망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요금제와 서비스 경쟁을 펼치며 이용자 차별을 하지말아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며 "하지만 5G 상용화 이후에도 여전히 일시적으로 돈을 풀어 상대방의 가입자를 빼앗는 제로섬 게임을 이어가고 있어 그 피해는 차별을 받는 대다수의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