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대표 항문질환으로 꼽히는 치질 환자가 겨울철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주요 수술 통계 중 겨울철(12월~2월) 치핵 수술 건수는 5만7000건으로 한 해 수술 건수의 29%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치질은 항문의 모든 질환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치핵(항문 점막 주위의 돌출된 혈관 덩어리)을 비롯해 치루(항문 내에 고름이 차서 피부 쪽으로 구멍이 뚫리는 것), 치열(항문이 찢어지는 것)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치핵'으로 치질 질환 중 70~80%를 차지한다.
변이 나올 때 항문에 돌출된 덩어리가 긁히면서 출혈을 발생시키는 치핵은 오랫동안 방치하면 자리에 앉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평소에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치핵은 겨울철에 더 많이 발생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피부와 근육을 비롯해 항문 주위의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치핵을 앓고 있던 환자라면, 혈액 순환 장애와 함께 항문 정맥의 혈압 상승의 영향으로 항문 모세혈관이 부풀어 올라 출혈과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연말 연시에는 평소보다 술자리가 더 많아져 과음을 하기 쉬운데, 지나친 음주는 치핵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킨다. 알코올이 항문 혈관을 확장시켜 항문의 피부나 점막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기름지거나 맵고 짠 안주 역시 소화가 잘 안 돼 변비나 설사를 유발하며 치핵을 악화시킬 수 있다.
추운 날씨와 과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치핵은 사람이 걷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질환이다. 중력으로 인해 항문 안쪽에 있던 혈관 뭉치가 자꾸 바깥쪽으로 나가려는 힘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문 혈관이 선천적으로 약하다면 중력의 영향만으로도 치핵이 발생할 수 있다. 의자나 변기 등에 장시간 앉아 있거나, 나이가 들어 항문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조직이 약해지는 등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치핵이 발생할 수 있어 한 가지 이유로 발병 원인을 단정하긴 어렵다.
치핵 증상 초기에는 가려움증, 긴박한 배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화되면 출혈, 탈항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 발견 시 따뜻한 물에 항문을 담그는 온수 좌욕과 같은 비수술 치료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지만, 항문 밖으로 나온 혹을 억지로 집어넣거나 아예 혹이 들어가지 않을 경우 수술 치료가 불가피하다.
양선모 동탄시티병원 외과 원장은 "술자리가 많은 연말 연초에 과도한 음주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은 치핵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며 "규칙적인 운동과 하루 1.5리터 이상의 물,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와 과일 섭취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한다면 참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