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인데요. 한 줄로 요약하면 디지털 전자 계약입니다. 코드로 만들어진 계약으로 한 번 배포되면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도 계약 실행을 검증하는 컴퓨터 프로토콜을 의미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1994년 닉 자보(Nick Szabo)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는 '스스로 이행되는 자동화된 약정'이라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정의했습니다. 비탈릭 부테린이 창시한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처음 구현한 비트코인에서 나아가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입니다.
리카르디안 컨트랙트(Ricardian Contract)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확장 발전시킨 개념으로, 1990년대 금융암호학 연구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이안 그리그(Ian Grigg)가 MBA 학위를 위해 공부하던 중 개발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카르디안 컨트랙트는 기존 스마트 컨트랙트의 기술적 장벽을 낮추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시화하고 접근성을 높여 비전문가도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자계약입니다. 블록체인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위해 꼭 필요한 기반 기술이라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미 합의가 끝난 디지털 전자계약으로 그 의미가 협소합니다. 합의 조건대로 실행만 자동으로 하는 게 스마트 컨트랙트의 업무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주로 단순한 대금지불, 송금 등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반면 리카르디안 컨트랙트는 계약과 관련된 모든 조건을 기록합니다. 계약 이면에 있는 내용까지 말이죠. 계약의 목적·범위·당사자 등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법적 효력이 있는 디지털 문서로 전자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보험, 선물계약, 대출, 자산의 디지털화, 파생상품 출시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일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전문기업 블로코의 김원범 대표는 "리카르디안 컨트랙트는 디지털화된 거래 정보를 저장한 뒤 해당 기록이 법적인 효력을 발휘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합니다.
요컨대 리카르디안 컨트랙트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완재 역할을 하는 녀석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단순 합의 조건을 자동으로 실행하고 기계만 읽을 수 있는 전자계약이라면, 리카르디안 컨트랙트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디지털화한 전자계약 버전입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개념도. 사진=픽사베이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