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서울 종로 출마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지지율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2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에서 이낙연 전 총리의 지지율이 우세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을 보이는 60대 이상에서도 황교안 대표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민심의 시계추'라고 불리는 중도층에서도 이 전 총리는 60%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뉴스토마토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7일과 8일 이틀동안 종로구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708명을 대상으로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대표의 여야 1대1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 이낙연 전 총리는 만 19세 이상에서 60대 이상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40대(66.4%)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50대(58.3%)와 30대(55.6%)를 비롯해 20대(50.3%) 연령대에서도 절반이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보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이 전 총리가 48.0%의 지지를 받아 황 대표(40.0%)를 앞섰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면 황교안 대표는 만 19세 이상에서 60세 미만까지 30% 초반대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20대 32.2%, 30대 29.0%, 40대 30.2%, 50대 3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40.0%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이 전 총리(48%)에 비해 8%포인트 차이를 보이며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의 당락을 가를 중도층도 일단 이낙연 전 총리 쪽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전 총리는 중도 성향의 응답자들로부터 57.5%의 지지를 받았다. 황 대표가 얻은 34.2%보다 23.3%포인트 앞선 것이다. 진보성향 유권자층에서는 이 전 총리(80.1%)가 황 대표(11.3%)를 68.8%포인트나 앞섰다. 자신의 성향을 밝히지 않은 무응답층에서도 이 전 총리(49.5%)가 황 대표(18.1%)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았다. 반면 보수성향의 유권자층에서는 황 대표(58.5%)가 이 전 총리(32.0%)를 26.5%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정당 지지도별로 나눠 볼 경우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민주당의 이 전 총리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89.7%로, 한국당 지지자 가운데 한국당의 황 대표를 찍겠다는 사람들은 83.5%로 나타났다. 대안신당과 정의당 지지자들은 각각 64.9%와 91.0%의 비율로 이 전 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 지지자들은 각각 49.1%와 47.1%의 비율로 황 대표의 지지를 표명했다.
이 전 총리는 삼청동, 평창동 등 부촌 지역에서도 황 대표 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는 삼청동과 부암동, 평창동, 가회동 등 지역에서 51.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황 대표(38.5%)를 앞섰다. 이 전 총리는 이외 종로 다른 지역에서도 5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업별로도 농업·임업·어업(65.8%), 자영업(42.9%), 블루칼라(56.7%), 화이트칼라(64.2%), 학생(50.2%), 가정주부(53.0%), 기타 및 무직(57.2%), 등에서 이 전 총리가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국당 후보로 종로 출마가 거론됐던 다른 인물들과 이 전 총리의 가상대결에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전 총리는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가상대결에서 53.9%의 지지율을 얻어 김 전 위원장(30.1%)을 앞섰고, 30.2%의 지지를 받은 홍정욱 전 의원과의 경쟁에서도 55.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창신골목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로는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혔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승리한 2012년 19대 총선부터는 줄곧 민주당 계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긴 2012년 대선 때도 종로만큼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득표율이 51.4%에 달했다. 가장 최근 전국 단위 선거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64.3%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럼에도 보수층이 황 대표에게 결집하고, 총선 전 보수통합이 성사돼 중도층까지 흡수할 땐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는 게 한국당의 기대다. 황 대표가 최근 종로 선거에 대해 '황교안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결'이라며 정권 심판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나온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총리는 지역 밀착형 선거운동을 이어가는 한편 종로에 국한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황 대표와 비전 경쟁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며 황 대표와 비전 경쟁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한국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야당 심판론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영 KSOI 이사는 "조사결과 부동층이 많지 않고 지지층은 결집한 상황으로, 황교안 대표는 열세를 보이고 있는 중도층에서의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선거운동을 이념적으로만 접근한다면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 선거가 황 대표에게는 매우 어려움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ARS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 수준이며 응답률은 7.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