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불과 2년 전 변압기 입찰 과정에서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던 효성과 LS산전이 또다시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LG디스플레이까지 두 업체를 방조한 의혹을 받으면서 반복되는 변압기 담합 논란을 걷어내기 위해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공익제보자모임의 검찰 고발장에 따르면 효성과 LS산전의 지난 2010년 10월과 2012년 10월 LG디스플레이의 변압기 구매 입찰 당시 담합 의혹은 2013년 1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고리 2호기 비상전원공급용 변압기 입찰 당시 담합 건과 매우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발주 업체가 한수원에서 LG디스플레이로 바뀌었고 효성과 LS산전 영업 담당 임직원 외 LG디스플레이 구매·발주 담당 임직원들이 피고발 대상에 들어간 것이다. 한수원 입찰 건이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담합 의혹 시점은 LG디스플레이 건이 먼저다.
공익제보자모임은 "이번 LG디스플레이 입찰 당시 서로 경쟁 관계인 효성과 LS산전 영업 담당 임직원들은 미리 만나 담합을 논의했다"며 "LS산전이 미리 입찰 가격을 알려주면 효성은 LS산전보다 높은 입찰가를 적어내 LS산전이 낙찰받게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낙찰된 LS산전은 효성이 변압기를 생산·납품할 수 있도록 하도급을 주기로 하면서 물량 거래가 드러나지 않도록 효성의 특약 대리점 중 하나인 K업체를 끼고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효성과 LS산전은 한수원 입찰 당시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담합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에는 효성이 입찰을 받았다. LS산전은 입찰가보다 1000만원 가량 높게 적어내 효성이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공정위는 두 업체의 담합을 인정해 2018년 2월 효성과 LS산전에 각각 2900만원과 1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를 주도한 효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조사를 거쳐 기소된 효성과 임직원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공익제보자모임 주장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여간 LG디스플레이 공장에 대한 변압기 납품 계약은 총 195억원인데 반해 실제 효성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한 변압기 원가는 80억원으로 115억원 차이가 난다. 겉으로 보기에 이번 담합으로 효성과 LS산전은 재산상 이득을 얻고 LG디스플레이는 이에 상응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고발자인 공익제보자모임은 "LG디스플레이가 통상 변압기 구매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제조사를 명기하고, 납품받기 전 계약에 맞게 제조됐는지 확인하는 검수절차를 밟는다"며 "LG디스플레이 관계자가 LS산전이 아닌 효성 물품이 제작·납품됐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도 묵인 혹은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독과점인 변압기 시장 자체와 관계 당국의 '솜방망이' 제재를 바꾸려는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현재 변압기 시장 자체가 생산업체가 많지 않은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체제이다 보니 시장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며 "담합으로 얻는 이익보다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가 빈약해 담합 의혹이 끊이질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독과점 시장 구조를 타파하고 경쟁 구도로 갈 수 있도록 정부의 산업 정책이 절실하다"며 "상습적으로 담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처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LS산전 관계자는 "피고발된 직원들은 모두 LG디스플레이 영업을 담당한 적이 한번도 없다. 통상 이럴 때는 직거래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2010년과 2012년 배전급 몰드 변압기는 저희 제품이 납품됐다. 2010년 초고압 변압기의 경우 생산이 안 되고 있었고 LG디스플레이 측에서 효성 제품을 추천해 구매했다"고 반박했다.
변압기 납품 계약가와 실제 납품원가 차이가 115억원에 달한다는 고발인 주장에 대해서는 "처음 계약한 뒤 이후 추가 변경 계약을 할 때가 있는데 이때 금액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LG디스플레이가 납품업체에 돈을 줄 때 공급가 기준으로 돈을 주지 계약가대로 지급하는 건 아니지 않나. 착복했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변압기 입찰 관련한 모든 절차는 시공사에서 알아서 하는 문제이고 저희가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다. 시공사는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고, 효성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인지에 대해 더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