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의약품 산업은 나날이 높아지는 수요와 구현 기술능력 향상에 힘입어 연일 성장하고 있다. 가파른 산업 발전 과정에서 효율적인 약물전달체계 발굴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숙원 과제 중 하나다. 경구제(먹는약)나 주사제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흔히 '패치제'로 알려진 경피전달 방식은 편의성과 안정성이 높아 유망 분야로 꼽힌다. 특히 미세한 바늘로 약물을 투입시키는 마이크로니들 방식은 차세대 경피전달방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기술 구현의 어려움 탓에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다. 이 가운데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인 라파스가 양산 가능한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기술 특허를 개발해 시장 선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뉴스토마토>는 정도현 라파스 대표이사를 만나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관련 특허 기술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는 마이크로니들 양산에 특화된 DEN 기술을 활용해 미용 제품을 넘어 의약품 영역 진출을 본격화 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라파스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약물전달체계의 장점은
현재 시장의 중심은 주사제다.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일부 약물의 효율적 전달이 어렵다는 점과 환자 거부감, 통증은 불가피하다. 또 백신이나 생물의약품은 냉장 또는 냉동 유통이 필요한데 해당 비용만 연간 60억달러가 소요되고 주사기 감염에 대한 과제도 남아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쉽게 말해 '패치형 무통증주사'라고 할 수 있다. 소지가 편리하고 경구 복용에 따른 소화위장계 부작용이나 주사에 따른 2차 감염 염려도 없다. 고형으로 유통가능한 점 역시 장점이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양산 기술인 회사 특허 'DEN'에 대해 설명하자면
회사의 마이크로니들 제조기술 'DEN(Droplet Extension)'은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을 제조하는 독자 기술이다. 기존 마이크로니들이 금속을 침형태로 깎아 만든 솔리드식이라 체내 상처를 비롯한 부작용이 있었다면, 바늘이 체내 용해돼 부작용을 줄인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을 양산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은 붕어빵을 찍어내는 틀을 활용한 방식이라 12시간이 소요돼 양산성이 떨어졌다. 관련 기술이 1990년대 후반 제시됐지만 아직 상업화된 의약품이 없는 이유다.
이에 반해 토출 약물을 접촉시켜 늘리는 DEN 방식은 5분 내 제조가 가능해 양산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열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열에 약한 바이오의약품 상업화와 디자인 변경이 용이하다. 쉽게 말해 1개의 방울이 1개의 바늘이 되는 식인데, 바늘 끝부분에만 약물이 들어가는 '2레이어' 방식도 구연해 원료가 고가인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사용 중이다. 초기 수율은 5%에 불과했지만 현재 90%를 넘어선 상태다. 회사는 세계 유일의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2033년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미 해당 기술을 활용해 2012년부터 화장품 사업 매출을 확보했다고
화장품 분야는 기존 저자극, 안정성에서 최근 기능성으로 그 핵심가치가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떠오른 분야가 '더마코스메틱' 시장이다. 연 평균 17%씩 시장이 성장 중이다. 기존 화장품들은 피부막을 통과해야 하는 효율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2~3% 정도의 흡수율에 그쳤다. 하지만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하면 최대 70% 수준까지 흡수가 가능하다. 이에 착안해 주름과 여드름, 미백성분 제품을 생산 중이다. 존슨앤드존슨, 닥터자르트,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형태로 협업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인 '아크로패스'와 투트랙 방식의 판매를 하고 있다.
라파스는 현재 다수 글로벌 뷰티기업들과 ODM 방식의 협업은 물론, 자체 브랜드 '아크로패스'를 통해 미용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마이크로니들기술 상업화는 아직 초기단계로 화장품 시장에 집중돼 있다. 의약품으로 진출 영역을 넓히려 이유는
경피전달기술은 의약품 개발 기술이다. 처음부터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백신패치 기술 개발을 염두에 뒀고 이를 위한 과정에서 화장품 매출을 얻고 있다. 비교적 기술진입 장벽이 낮은 화장품 사업을 통해 대량생산이나 상업화 공정을 위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함이다. 의약품 산업을 더욱 완성감 있게 진행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기허가받은 의약품의 개량신약 형태인 만큼 빠른 개발기간과 저비용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기술개발 로드맵 상 메디컬 및 백신 패치 분야 진출이 목표다. 보유 파이프라인과 진행상황은
전문의약품의 경우 3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치매치료용 도네페질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지난 2016년부터 공동연구개발을 해온 보령제약과 함께 협업 중이다. 관련 특허는 양사가 지난해 10월 공동으로 취득해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등 7개국에서 특허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마이크로니들패치는 경구제와 경피흡수제 간의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된 경우 별도의 임상3상이 필요하지 않아 조기 상품화도 가능하다.
부갑상선 호르몬 골다공증치료제의 경우 유일하게 뼈합성을 촉진할수 있는 유일한 약물로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알레르기 면역치료제는 미국과 프랑스 합자사 스탈러진스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임상 1상)이다. 두 품목 모두 2023년 제품출시가 목표다. 이밖에 비교적 개발기간이 짧은 일반의약품 분야에서 흉터개선과 가려움 치료 개발을 통해 내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라파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가장 중점 분야는
앞서 언급했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백신 패치의 상용화다. 사람의 면역시스템은 피부 바로 아래 분포해 주사보단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만큼 백신이 기술을 응용하기 가장 좋은 분야다. 먼저 소아마비 백신과 B형간염 백신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니세프에 가장 많은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 인도 기반의 '세럼인스티튜트'가 글로벌 파트너사다. 동물시험을 통해 기존 주사제보다 적은 용량으로 그 이상의 효능을 내는 것을 확인했고, 소아마비 백신 패치의 경우 기술이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22년 임상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결핵 백신은 서울대 의대로부터 균주를 기술이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소위 '불주사'로 불리던 BCG백신이 최근 도장형태로 발전했는데 그 상위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추가적으로 진출하려는 분야가 있다면
의료기기 역시 계획하고 있다. 미국 FDA와 유럽 EMA에서 국소 부위에 작용하는 약물을 탑재한 기기는 의료기기로 인정하기로 결정했고, 연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흉터개선이나 여드름 치료 등 약물흡수 관련 의료기기 제품 진출도 하반기부터 돌입할 계획이다. 또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이 아닌 피부에 들어가 체액을 빨아들이는 성분을 활용해 혈당측정 등의 진단기기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관련 산자부 과제를 수행한 상태고 혈당센서 업체 등과 협업해 모니터링이 가능한 혈당측정 패치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