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노후 소득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전체 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을 나타낸다. 5060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12년을 기점으로 소비성향 하락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소비성향 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계의 소비성향 하락은 연령대별·소득분위별로 고령층와 고소득층 가구에 의해 주도됐다. 특히 50대와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성향 하락이 가장 두드러졌다. 고령화의 빠른 진전으로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낮아진 고령층 가구 비중도 커졌다.
김대용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2000년대 들어 2003년 카드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대체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던 소비성향이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 2015년 이후 소폭 반등했다"며 "이런 소비성향 변동은 단기간 하락한 후 회복됐던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 등락과 차별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2년부터 고령화율이 급격히 올라갔다"며 "이들의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전체 소비성향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 인구는 공식 은퇴연령 이후에도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지만, 소득 안정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연금제도가 선진국처럼 견실하지 못하고, 노후 소득원도 안정적이지 않으면서 50대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다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정부의 사회보장정책 강화로 고령층의 생활여건과 소득만족도가 개선되면서 소비성향의 급격한 하락세는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소득분위별 소비성향을 보면 소득 1분위를 제외한 전 소득계층에서 소비성향이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4~5분위 고소득층의 소비성향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울러 소비성향이 비교적 높은 소득 1~3분위 중·저 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면서 전체 가구의 소비성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고소득층 가구가 전체 가구의 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했고, 중·저소득층 가구의 소득 비중이 줄어든 점도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차장은 "최근 나타나는 소비성향 변동은 인구 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크게 영향받고 있다"며 "2000년대 초중반과 같은 수준의 소비성향 복귀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50대 이상 가구들이 미래 기대소득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정책 추진시 미래소득에 대한 급격한 기대변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