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앙의 자유와 건강할 권리

입력 : 2020-02-26 오후 3:32:55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우려했던 지역사회 전파가 현실이 되면서 산업계 타격은 물론, 사상 초유의 국회 일시 폐쇄까지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된 배경에 '신천지(신천지예수교회)'가 거론된. 사태가 비교적 초기로 분류되던 당시 슈퍼 전파자 중 하나로 유력한 31번 확진자가 등장했다. 31번 확진자는 신천지 교인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신천지발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전까지 방역 체계와 전염병 확산 국면은 180도 뒤집혔다. 
 
신천지의 공식적인 입장은 단호하다.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점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이는 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고통받는다면 그 대상은 분명한 피해자다. 문제는 이 피해자가 또 다른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는 가해자가 될 가능성에 부주의했다는 점이다.
 
현재 여러 보도를 통해 알려진 신천지 관련자들의 행태는 피해자임을 주장하기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감염 사실을 알고도 은밀한 포교활동을 진행했다거나, 일반 교회에 잠입해 난동을 피웠다는 등 의심을 사고 있다. 교단이 교인 명단 유출을 우려하며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신천지는 주요 기독교 이단대책위원회에서 이단으로 분류한 종교 집단이다. 물론, 이는 지금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굳이 헌법 조항을 들이밀지 않아도 무엇을 믿는가는 본인의 자유이자 선택이다. 비록 기성 기독교 단체가, 또는 세상이 그들을 손가락질해도 자신들이 믿는 교리를 믿고 순교자의 길을 걷는 것을 나무랄 이는 없다.
 
최근 신천지를 향한 질타의 근원은 이들이 자신들의 교리 또는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타인의 피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의도를 떠나 스스로의 행동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 재난급 피해에 영향을 미쳤다면 책임과 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 기독교 세력과 언론이 결탁한 '마녀사냥'이라는 주장을 일관하고 있다.
 
'종교가 다르면, 논리가 다르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 각자의 믿음 기저에 위치한 대상이 다르기에 이와 관련한 논쟁은 부질없음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누구나 자유는 중요하고, 모두의 신앙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본인의 자유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 권리를 침해한다면, 그것은 곧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음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산업2부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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