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해외에 나갔다가 국내로 복귀한 유턴기업 가운데 현재 조업중인 곳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6년간 유턴기업으로 76곳을 선정했지만 이 중 9곳이 취소됐고, 실제 가동 중인 사업장은 38곳에 불과했다. 최근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거두려면 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뉴스토마토>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입수한 유턴기업 현황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지원법)'에 따라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67곳이다. 그 중에서 현재 조업을 하고 있는 곳은 38곳으로 전체(67곳)의 56.7%에 불과하다.
문제는 유턴기업 사업을 시작한 2014년 이후 조업률은 유치기업이 조금씩 늘었음에도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이다. 2014년 22.2%를 시작으로 2017년 61.9%까지 상승했다가 작년 59.3%에 이어 올해 56.7%로 떨어졌다.
제작/뉴스토마토
또 돌아온 기업들 상당수도 중소기업들이다. 기업집단법상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단 한 곳이었고, 중견기업이 7곳이었다. 나머지는 전기·전자, 주얼리, 자동차 부품, 기계금속 등의 소형 사업장 운영 기업들이다.
나아가 올해 국내로 돌아온 유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정부가 2020년 목표치로 세운 유턴기업 수가 22개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유치 실적을 달성할 지 의문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입은행이 낸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자료에서 공개된 해외현지법인수가 5만7000여곳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유턴기업 정책을 더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지난달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확대 무역전략조정회의에서 '코로나19 기업애로 해소 및 수출지원대책'을 통해 유턴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 부진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자 범정부 차원의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기업 유턴을 꼽은 것이다.
대책에는 지난해 8월 산업부가 발표한 유턴지원법 개정안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담았다. 즉 사업장을 신설하는 경우에만 혜택이 주어지던 법인세 감면을 사업장 증설에도 적용하고, 중소·중견 유턴기업에 4조5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지원하는 것 등이 내용이다. 유턴 수출 기업에 보증을 지원하는 무역금융 프로그램과 유턴시 수요기업과 연계한 협력 모델을 신설해 다양한 패키지 지원을 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좋지 못하다. 연구개발(R&D) 기술이 집약된 미국이나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멕시코 등 신흥국에 비견될만한 실질적인 인센티브 없이는 유인효과가 미약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얘기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들어올때 (법인세를) 깎아주는건 잠깐이고 기업들은 돌아와서 10년 이상 끌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세수가 줄어 세금을 깎는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정책이 이해는 되지만 이 정도로는 실질적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신흥국 인건비가 올랐지만 우리는 더 오른 상황에서 (이번 유턴지원책이) 방향성은 맞지만 이정도로는 유턴기업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복귀는 인건비 부담이 중요한데 생산성과 임금체계를 연결하는 고용경직성 완화나 체감가능한 수준의 법인세 혜택이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