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에서 한 단계 더 구체화한 개념으로 무선이어폰 등을 지칭하는 '히어러블'(Hear+Wearable·귀에 연결하는 기기)이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대세로 떠올랐다. 지난해 히어러블은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를 제치고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절반을 넘어섰다.
1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출하량은 3억3650만대로 전년 대비 89.0% 성장했다. 전체 시장 성장 배경에는 히어러블의 가파른 상승세가 자리 잡고 있다.
히어러블과 같이 '귀에 걸거나 꽂는' 웨어러블은 지난해 총 1억7050만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50.7%로 스마트워치(9240만대·27.5%)와 스마트밴드(6940만대·20.6%)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지난 2018년만 해도 출하량 7530만대를 올린 스마트워치가 42.3%로 1위, 스마트밴드(5050만대)가 28.4%로 2위, 이어웨어·히어러블(4860만대)은 27.3%로 3위에 그쳤다. 하지만 불과 한해 만에 250.5%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지형을 바꿨다.
업체별로는 애플이 지난해 1억65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점유율 31.7%로 1위에 올랐다. 4170만대를 올린 샤오미가 12.4%로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가 9.2%(3090만대)로 3위였다. 화웨이와 핏비트는 각각 8.3%(2790만대)와 4.7%(1590만대)로 4위와 5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4분기 시장 점유율만 놓고 봤을 때도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애플이 36.5%로 1위였고 샤오미와 삼성전자가 각각 10.8%와 8.8%로 그 뒤를 이었다. 화웨이와 핏비트가 각각 7.8%와 5.0%로 그 다음 순서였다.
애플은 기존 모델보다 새로워진 '에어팟 2세대'와 '에어팟 프로'의 판매량이 늘며 지난해 4분기에만 4340만대를 출하했다. 1970만대를 출하했던 2018년 4분기보다 2000만대 이상 출하량이 늘었다. 다만 공급 부족의 여파로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는 전년 대비 5.2% 출하량이 감소했다.
지난 2018년 시장 점유율 6.9%로 샤오미(13.1%)와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153.3%)을 기록하며 샤오미를 맹추격했다.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존 '갤럭시워치 액티브'와 지난해 9월 업그레이드 출시한 '갤럭시워치 액티브2'를 활용해 사용자 저변을 넓혔다.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을 한데 묶어 이동통신사에 유통하는 전략도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스티븐왕 샤오미 동아시아총괄매니저가 지난해 8월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살림터 크레아 라운드홀에서 열린 '샤오미, 에코시스템 신제품 매체 간담회'에서 'Mi(미) 스마트 밴드 4'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샤오미는 지난 4분기 출하한 1280만대 가운데 73.3%에 해당하는 940만대를 스마트밴드로 출시했다. 점유율을 다지기 위해 효자 상품인 '미밴드' 생산에 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국 스마트밴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데 따른 반사이익도 누린 것으로 보인다.
IDC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웨어러블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는 동안 작은 브랜드들 사이에서 많은 혁신과 차별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