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조용훈·백주아·정성욱 기자]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50bp(1bp=0.01%) 기준금리 인하가 최근 급등락하고 있는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실물경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금리인하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뉴스토마토>가 한은의 임시 금통위 직후 10명의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가진 결과 이들은 대체로 한은의 통화정책에 여력이 생겼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불과 보름새 두 차례에 걸친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150bp 인하를 단행한 데 따른 것이다.
우선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때 기축통화국의 기준금리 변동을 많이 고려했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많이 내리면서 통화정책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가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국면"이라며 "한은 입장에서는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고려해 충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면서 금리 격차 부담은 없어졌고, 자금 이탈 우려도 줄었다"며 "부동산 시장도 대출 규제 등을 통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적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많았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아시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 금리인하를 단행한 부분도 있다"며 "연준이 내리고 나서 다른 여타 국가들도 금리인하를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글로벌 공조를 통해 동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연준의 강경한 대처를 생각하고 다른 나라 통화당국도 이에 맞춰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저 수준이긴 하지만 50bp 인하가 바람직했다"며 "통화정책 효과는 당장의 영향보다 시간이 지나서 경제주체나 금융시장 참가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활동 제고와 매매 및 투자 활동을 늘릴 수 있어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이후 복원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업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금리인하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문제나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 문제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지만, 이런 외화 유동성 문제는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 차원의 다양한 규제 방안들이 같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의 금리인하 효과가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 직접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실물경제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기 힘들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코로나19 피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큰 폭의 금리인하를 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며 "사실 50bp도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금리인하로 인한 경제 악영향이 더 컸다"며 "낮은 금리로 인한 사이드이펙트가 우리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리인하가 기업투자 경기를 살리고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금리인하가 당장 코로나19 질병을 막는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신용시장 경색, 유동성 문제들에 대해 기업자금 사정의 숨통을 열어주는 정도의 역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유출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 병행되고, 적극적으로 재정정책과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조언이다.
또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라 0%대 기준금리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연준과 캐나다, 호주 등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나라들이 내리면서 인하 부담은 완화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은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잠재적 리스크도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국은행이 16일 임시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조용훈·백주아·정성욱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