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하지만 그와 나의 시간은 그 농도가 너무나도 달랐다”
배우 류경수는 2007년 데뷔해 올해 13년차 배우다. 13년이라는 시간. 그러나 대중은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배우 류경수라는 사람을 비로서 인지하게 됐다. 류경수가 대중에게 얻게 된 사랑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히 흐르는 시간. 류경수는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치 박새로이처럼 묵묵히 자신에게 소중한 연기만을 바라보고 달렸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이 이태원 작은 거리에서 각자의 가치관으로 자유를 쫓는 그들의 창업 신화를 그린 드라마다. 류경수는 극 중 전직 조폭이자 단밤 홀 직원인 최승권 역을 연기했다.
‘이태원 클라쓰’는 첫 방송 당시 5%(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로 시작해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 16.5%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만큼 출연한 배우들 역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류경수는 드라마 종영 이후 인기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으니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신기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류경수에게 ‘이태원 클라쓰’는 지금껏 자신이 작품을 해오면서 만난 인연의 집합된 작품이다. 영화 ‘명왕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다윗, 영화 ‘청년경찰’ ‘사자’에 함께 출연한 박서준, 드라마 ‘자백’이라는 작품을 함께한 배우 유재명, 윤경호까지. ‘이태원 클라쓰’에서 모두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류경수는 “한 작품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며 “같이 작품을 했던 사람들이 많다 보니 대본 리딩 때 한결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낯익은 얼굴의 재회, 그리고 비슷한 또래 배우들과의 작업이 류경수에게 ‘이태원 클라쓰’ 촬영장을 놀이터처럼 느끼게 했다. 이전 작품까지만 해도 류경수는 선배들이 했던 ‘편안하게 즐기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 와 닿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어려운 연기를 어떻게 놀면서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으로 놀면서 연기를 한다는 게 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놀이터처럼 즐겁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류경수는 촬영장의 편안한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승권 입장에서는 포차 일이 힘들고 고된 일임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마냥 즐겁고 신이 났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연기적으로 표현해야 했다”며 “다행히 내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도 될 만큼 정서적으로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감독과 촬영 감독도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단밤 식구들의 끈끈한 우정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했다.
이태원 클라쓰 류경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최승권이라는 인물은 박새로이와 조이서(김다미 분)와 달리 과거사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김희훈(원현준 분)의 조직의 몸담았던 조폭이라는 사실 하나뿐이다. 결국 최승권이라는 인물의 비어 있는 나머지를 채워 넣는 건 류경수의 몫이었다. 류경수는 최승권의 원래 모습이 단밤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조직 세계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럴 뿐 원래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리고 놀고 싶고 어떨 때는 울고 싶을 때도, 의지하고 싶기도 한데 어쩔 수 없이 조폭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최승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최승권은 박새로이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 단밤 식구로 합류한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성질 급했던 최승권은 단밤 식구들과 생활을 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김희훈을 찾아가 조이서의 행방을 묻는 장면에서 조폭들에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주먹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에 조폭이 “전과자의 말을 누가 믿을 것 같냐”고 하자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며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줬다. .
류경수는 이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승권이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말라”고 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성장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새로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승권이 어느덧 닮아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사”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클라쓰 류경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간이 흐르지만 그 시간을 쓰는 사람마다 그 시간의 농도는 차이가 있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기에만 매진해온 류경수는 13년이라는 시간이 치열했다고 했다. 그는 “신인이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프로필을 돌려도 연락조차 없었다”고 했다.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지면 잘 할 수 있는데 기회조차 얻지 못해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힘든 시절이지만 그래도 되게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는 류경수다. 그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자신을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동료가 있었기에 감사하고 꼭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도 연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건 류경수에게 연기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는 연기라는 것이 숭고한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무거운 마음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해나가야 한다고 늘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서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그다. 류경수는 “고민하고 공부하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했다.
배우들은 촬영 전 준비를 해가지만 상대 배우와 호흡, 촬영장의 여건에 따라 준비한 것과 다른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류경수는 어찌 보면 당황스러울 있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그는 “준비한 것과 다른 연기가 순간적으로 나올 때,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만들 때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류경수는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처럼 묵묵히 13년이라는 시간을 연기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마치 돌덩이처럼. 자신에게 소중한 연기이고 처절하게 기회를 얻으려고 했고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우며 드디어 ‘이태원 클라쓰’로 대중에게 류경수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렇기에 류경수는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다. 어떻게 보면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꿈에 그리던 일이 이뤄진 것이다. 그렇기에 감사하다”고 했다. 류경수는 13년 시간 끝에 얻게 된 지금 시간의 소중함, 감사함을 잊지 않고 겸손하게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태원 클라쓰 류경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