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총선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4월16일에는 당선자와 낙선자, 1당과 2당으로 갈라질 것이다.
매번 총선 즈음마다 “이번 국회는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말이 나온다. 포털 사이트에서 21세기 이후 기사만 검색해봐도 금방 확인 된다. 16대 국회부터 이번 20대 국회까지 항상 같은 평가였다.
공천도 마찬가지다. 계파, 사천, 극심한 반발, 무소속 출마 강행 같은 기사들이 뒤따르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이번도 크게 다를 게 없긴 하다. 20대 국회는 그래도 탈정파적 합의로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다. 탄핵을 위한 청문회도, 탄핵 소추 위원단도 당시 여당 의원이 이끌어 야당과 호흡을 맞췄다.
공천의 경우 미래통합당에서 막판에 사천 논란이 불거졌지만, 황교안 대표를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표’라 볼 순 없다. 오히려 리더쉽이 강하지 못한 게 문제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장악력이 훨씬 더 강하다. 민주당 공관위는 최고위의 요구를 단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다.
이렇게 관대하게 보면, 또 한참 뒤에 거시적으로 보면 20대 국회나 2020년 4·15 총선도 그냥 저냥하게 평가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분명히 매우 이상하다. 일단 제도와 룰 차원이 그렇다.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통과됐을 때도 대차대조표는 분명했다. 장점으로는 표의 등가성 강화, 득소수 정당 제 몫 찾아주기로 적대적 공생관계의 양당 구도 약화 등이 꼽혔다. 단점으로는 제도의 복잡성, 1야당의 반대 속에서 선거제도 수정 등이 꼽혔다.
지금은 1야당의 위성정당 창당과 여당의 ‘미투’ 게다가 ‘진짜 여당’을 자임하는 비례 정당 창당 등 상상 밖의 그림이 나왔다. 서청원, 홍문종 등이 소수 정당의 비례2번 후보로 나선 것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소수 정당은 궤멸적 위기에 처했고 양당구도는 극대화 됐다. 17석은 캡-30석은 50% 연동율 적용 등 복잡한 계산이 필요 없고 득표율 대로 따지면 된다는 점이 그나마 장점이다. 이 정도면 플레이어들이 규칙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람으로 따져봐도 영 이상하다. 선거 마다 소속 정당과 별개로 ‘저런 사람이 의원이 되면 국회 수준도 높아지고 나라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사람들이 있고 ‘저런 사람은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 대세에 별 영향을 못 미치겠다’ 싶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런 사람이 뱃지를 달면 좋지 않겠다’ 싶은 사람이 있다.
이번엔 유독 세 번째의 비중이 높아 보인다. 지난 연말 국회 의원과 출입 기자들은 직접 투표를 통해 백봉신사상 수상자를 뽑았다. 여당과 야당에서 한 명씩 대상자가 나왔다. 두 사람다 이번 총선 출마자 명단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물론 물갈이가 안 된 건 아니다. 야당은 물갈이 폭도 크다. 그런데 새 물에서 어떤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대의 흐름도, 시대 정신의 흐름도 없다. 그냥 고기 반찬 하나, 채소 반찬 하나, 밑반찬 하나 식으로 툭툭 골라서 부실한 밥상을 눈가림해놓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16일에 누군가는 이길 것이고 누군가는 질 것이다. 이른 감이 있지만 승자에게 미리 분명히 말해놓을게 있다.
승자가 누구든 ‘우리가 이렇게 해서 이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그건 틀린 거다.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20대 국회 임기 내에 선거법을 재개정해놓고 21대 국회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