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그동안 사회적 대화를 하면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판이 만들어지고 초대되는 형태가 한국에서의 대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은 거꾸로 노사가 앞장서서 플랫폼 노동·경제·기업에 대한 우리들의 새로운 질서를 대화로, 협의로 만들어 갈 의미 있는 시작을 알려드리게 됐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1기 출범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대화 포럼 1기 위원장을 맡은 이 교수는 정부가 아닌, 노동계와 기업이 주도하는 국내 최초의 사회적 대화 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1기 출범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1일 서울 중구에서 1기 출범식을 열고 배달 산업 내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차 전체 회의를 진행했다. 사회적 대화 포럼은 지난 1년간 배달 플랫폼 기업과 노동조합이 플랫폼 노동 문제의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탄생했다.
포럼은 한국고용정보원 추산 약 47만~54만명, 전체 취업자의 2% 수준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안을 마련한다. 포럼은 1기 배달 산업 논의 이후 다양한 플랫폼 산업 문제로 사회적 대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포럼 구성원은 플랫폼 노동자 측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라이더유니온, 기업 측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스파이더크래프트, 공익 전문가인 학계 교수들로 꾸려졌다. 포럼은 2주 간격으로 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체회의와 공익 전문가, 기업, 노동조합 측 간사가 참여하는 간사 회의로 진행된다.
일단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후 정부와 국회에 정책 제안을 할 계획이다. 논의 주제는 △플랫폼 노동의 보호 대상에 관한 당사자 협의 및 제안(기존 업무수행 실태 진단, 위장 자영업 오분류에 대한 기준 논의 등) △배달산업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기준 마련(사업자 간 불공정 계약조항 근절 및 세제 적용 재편, 배달산업 양성화를 위한 단기·중장기 제도 개선과제 도출 등) △배달산업 종사자 처우 안정을 위한 사회적 보호조치(종합·산재 보험, 운전자 안전 및 보건 등) △배달산업 발전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제안 등이다.
출범식에 참가한 위원들은 6개월 동안 노사 간의 이해관계 합의점을 최대한 끌어내겠다고 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많은 국민들이 민주노총이라 하면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한다"며 "이번 포럼으로 민주노총을 통해서도 사회적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이현재 이사는 "이 자리에 서서 좀 더 겸허하게 이야기를 듣고 변화에 임하는 기업의 자세가 실제 노동자들에게 어떤 처우로 반영되는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전업 형태의 배달 노동자 처우에 대해 먼저 논의할 계획이다. 파트타임 형태의 긱 영역에서의 노동자 문제는 전업 형태 배달 노동자를 위한 제도 개선의 경과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나간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긱 형태의 파트타임은 지금 여기서 바로 포괄되는 것은 아니고,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럼은 플랫폼 배달 노동자의 기준도 정한다. 배달 대행 업체를 통해 실질적으로 근로 감독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있는 '위장 자영업 오분류' 문제가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박정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실제 동네 중심의 배달 대행 업체들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관계를 규정할 수 없어 위장 자영업자로 분류된 사례가 많다"며 "여기에 대한 분명한 시장 질서를 세우는 것이 기본이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화 포럼의 활동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올해부터 산업안정보호법 적용 대상에 배달 기사가 포함되는 등 변화가 생기면서 플랫폼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종사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 구축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라며 "정부도 이번 포럼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배달 산업에서) 다른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