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여야가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긴급 재난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15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긴급 재난 지원금을 놓고 지급 대상을 늘릴 것을 앞다퉈 주장하고 나선 데에는 지원금 문제가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여야 모두 표심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를 앞두고 돈 풀기 경쟁에 나섰다는 지적이 높아진 가운데 선거 막판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시작은 미래통합당이다. '긴급 재난 지원금은 매표 행위'라며 반대하던 통합당이 '전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론으로 입장을 선회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전 가구 100만원' 지급론을 꺼내들었다. 정부가 당청과의 협의 끝에 소득 하위 70%에게만 주기로 발표한 지 불과 7일 만이다.
여야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한 긴급 재난 지원금을 놓고 지급 대상을 늘릴 것을 앞다퉈 주장하고 나섰다. (왼쪽)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사진/ 뉴시스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종로 유세 중 연 긴급 기자 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재정 경제 명령권을 발동해 일주일 이내 금융기관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소득 하위 70% 기준 4인 가족 100만원 지급' 방안을 놓고 신청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일자 금액과 지급 대상을 확대하자고 밝힌 것이다. 이 경우 4인 가족에게 200만원이 지급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황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서울 현장 선거대책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50만원을 전 국민에게 긴급 명령으로 빨리 지급하라는 이야기는 제가 이야기 한 100조원 예산 범위 내에서 가능해 큰 차이가 없다"며 "정부가 빨리 조치하면 그 것부터 해도 상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5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매수하는 행위"라며 "건전 보수 정당임을 자임하는 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황 대표를 저격한 것이다.
선별적 지원 입장이었던 민주당마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긴급 재난 지원금에 대한 각종 불만과 논란이 표심에 자칫 악재로 작용될까 서둘러 수습하는 모양새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긴급 재난 대책에서는 지역·소득·계층과 관계 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국민 재난 지원금 지급 방침을 밝혔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여야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당 차원의 입장으로 공식화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재난 지원금 예산을 조속히 편성하기 위해 통합당에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현안 점검 회의에서 "긴급 재난 지원금은 매표형 현금 살포가 아니라 코로나로 힘든 국민 모두에게 단비 같은 지원금이 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이달 중 지급을 마치도록 속도 내겠다. 이를 위해 통합당에 긴급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민생당도 긴급 재난 지원금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달 내 이주민 포함,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입장이다. 민생당은 모든 가구에 1인당 50만원, 4인 가구 기준 200만원의 현금 지급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금액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긴급 재난 지원금의 지급 시기를 총선 직후로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당정청이 발표한 내용이 다시 흔들리면서 재난 지원금을 둘러싼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이처럼 방식을 바꾸자 정부의 후속 조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5월 지급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