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차명진 막말 '일파만파', 통합당 자충수로 무너지나

당 윤리위, 제명 절차 착수…당 안팎 "치명타 우려"

입력 : 2020-04-09 오후 1:56:36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4·15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통합당은 즉각 해당 후보에 대한 제명 절차에 착수했지만, 여론 악화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두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고 화나게 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드릴 수 있다. 또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당 내부에서는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실제 통합당은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대호 관악갑 후보 제명을 의결했다. '60∼70대에 끼어있는 50대들의 문제 의식에는 논리가 있다. 그런데 30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는 김 후보의 발언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지자 즉각 조치를 취한 것이다.
 
미처 사태가 가라앉기 전에 이번에는 차명진 부천병 후보가 폭탄을 터트렸다. 차 후보가 "세월호 자원 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고 발언한 것이다.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고, 아예 총선 판세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당 안팎에서 고조됐다.
 
이에 당은 차 후보를 김 후보에 이어 또 다시 제명키로 했다. 통합당은 후보자들의 부적절 발언으로 선거를 치르기도 전 2개 지역구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공당의 총선 후보가 후보직 박탈에 이어 제명까지 당하는 사례는 정치사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차 후보의 연이은 막말로 자칫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빠르게 제명 처리했지만, 수백표 차로 승패가 갈리는 격전지에서는 망언 사태가 결정적인 악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당 지도부는 "말 한마디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고 입 단속을 당부했다. 막말 등이 계속 터지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마음의 고통을 느끼셨을 당사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모든 언행을 되돌아보고 진심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모두 머리를 숙였는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논란이 계속될 경우 선거 막판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 또는 부동층에게는 막말 논란이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당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 대표 자신도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 회관에서 열린 방송 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n번방 사건 가입자 신상 공개 문제에 대해 "n번방의 대표도 처벌하고 구속했지만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호기심에 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해 구설에 올랐다.
 
또 통합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서 진행자 박창훈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 끝나고 나면 교도소에서 친환경 무상 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해 논란이 됐다.
 
인천 연수갑 정승연 후보는 자신의 선거 사무소를 방문한 유승민 의원에게 "존경하는 유 대표께서 인천 촌구석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촌구석' 발언을 놓고 '제2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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