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이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통해 올해 하반기 내심 회복세를 기대했으나 코로나19 여파에 내년을 기약해야 할 처지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매출 5조1703억원에 영업손실 3821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영업손실 4219억원)보다는 적지만, 지난해 1분기(영업손실 1320억원)의 약 3배에 이르는 적자 폭이다. 문제는 올해 내내 적자가 이어져 영업손실이 8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는 내년은 돼야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8년 4분기(영업이익 2790억원)를 끝으로 지난해 1~4분기 내내 적자를 냈다.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만 1조3594억원에 달한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LCD 가격이 폭락하면서 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투자를 늘리는 한편 LCD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정리에 나섰다. 지난 2017년 3만3000여명이 넘던 전체 직원 수를 2년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2만6000여명 규모로 줄였다.
회망퇴직자에게 지급한 위로금 2000억여원 등이 영업손실로 계상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고정비용이 다소 줄고 스포츠 이벤트 특수 등도 기대했으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변수에 울었다. 도쿄 하계올림픽과 유럽축구연맹(UEFA) 축구 선수권 대회가 1년 연기되며 TV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 됐고 애초 지난해 여름에서 올해 1분기로 미뤄졌던 광저우 OLED 패널 공장 가동마저 차질이 빚어졌다.
LG디스플레이 파주클러스터. 사진/LG디스플레이
증권가 예상치에 따르면 올해 OLED TV 패널 출하량은 5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월 6만대 생산 규모인 광저우 공장 가동을 통해 올해 OLED TV 패널을 600만대까지 출하하겠다던 LG디스플레이 목표에는 한참 못미친다. 대대적으로 불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글로벌 OLED TV 수요도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OLED TV 판매량을 지난해 300만대에서 겨우 50만대 늘어난 350만대 수준으로 예측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OLED 패널 가격이 연말 대비 10% 상승했으나 이달 중국 패널사 공장 가동이 재개되며 다시 하락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 가동 속도가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77인치 OLED TV와 48인치 OLED TV 출시가 지연되는 상황은 OLED TV 판매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LG디스플레이는 일단 조속한 OLED 양산화를 위해 지난달 26일 핵심인력 290여명을 태운 광저우행 전세기까지 띄우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월 정호영 사장이 LCD TV 패널의 국내 생산 종료를 시사한 만큼 올해도 전반적인 사업 구조 혁신에 나설 방침이나 올해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적자가 대부분 LCD 쪽에서 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업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라며 "최근 화웨이가 첫 도전장을 던지는 등 중국·일본 업체들이 OLED TV 생산 물결에 가세하고 있다. 대형 OLED 패널을 유일하게 만드는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광저우 공장을 통해 생산량을 더 끌어올렸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