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한국형 뉴딜'을 천명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집중육성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코로나19 경제위기에 흔들리는 기업들과 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총 89조원 규모의 비상대책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지금은 위기의 시작 단계다. 기업의 위기와 함께 고용 한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면서 과감한 대책마련과 속도감있는 정책추진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회의에서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긴급 조성 △기존 '100조원+α 금융안정프로그램'에 35조원 추가지원 △고용 충격에 대응하는 10조원 규모 '긴급고용안정대책' △소상공인 긴급대출 프로그램 보강(예비비 4조4000억원) 등이 결정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기간산업(항공·에너지 등) 지원과 관련해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을 넘어서 출자나 지급보증 등 가능한 모든 기업 지원 방식을 총동원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기간산업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대신, 지원받는 기업들에 상응하는 의무도 부과하겠다"며 "고용 총량 유지와 자구 노력, 이익공유 등의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업을 살린다는 미명하에 대규모 실업사태를 초래한 1997년 IMF 외환위기나 정부 지원혜택이 소수 경영진에 대거 돌아간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대담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지시했다. 디지털 인프라와 빅데이터 분야 등에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단지 일자리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직·간접 지원은 현재 약 590조원에 달한다. 올해 국가예산 512조 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은 불가피하지만, 향후 재정건정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결정한 대책 총 89조4000억원에 기존 지원대책 151조원까지 합치면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총 240조4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대출·보증 만기연장, 사회보험료 및 부가세·법인세 납부연장 등 350조원이 정부의 간접 지원에 포함된다.
또한 홍 부총리는 6월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발표를 예고했다. 정부의 3차 추경안 편성은 1969년 이후 51년 만이다. 그는 "추경 규모는 상당할 것 같다"면서 "아직 편성된 것이 아니라 규모를 밝힐 수는 없고,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