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축구장 4배 크기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가 23일 드디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알헤시라스호는 20피트(약 6미터)짜리 컨테이너 2만3964개를 운반할 수 있는 규모로,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중에서 가장 크다.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렸다. 알헤시라스호는 우리 기술로 만든 2만3964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기준 대비 50% 이상이 개선됐다. 스크러버(탈황장치)도 설치돼 있어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커 탑재가 용이하다. 향후 필요시에 LNG 추진 선박으로 교체가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정도 규모의 컨테이너선은 현재 국내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에서 7척, 삼성중공업에서 5척을 각각 건조 중이다. 이 중 제1호선인 '알헤시라스호'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가장 먼저 건조됐다. HMM은 오는 25일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12척 모두를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한다. 선박의 이름도 유럽항로 투입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스페인 남부의 '알헤시라스'라는 항구도시명에서 따왔다. 유럽항로에서 잃어버린 해운업의 경쟁력을 되찾아 해운 재건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이번 행사는 문재인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과 '해양진흥공사 설립' 등을 통해 이뤄낸 '해운 재건의 첫 가시적 성과'로, 전세계에 우리나라 해운의 경쟁력을 알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정부는 12척의 컨테이너선 구축을 통해 생산유발효과 5조1000억원, 고용유발효과 1만6378명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오늘 해운 재건의 신호탄을 세계에 쏘아 올리게 됐다"며 "400여년 전 충무공께서 '12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했듯, '12척의 컨테이너선'은 우리 해운산업, 우리 경제를 되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긴급 수혈과 체질개선으로 우리 해운의 장기적 비전을 마련할 것"이라며 "세계 5위 해운강국 도약을 목표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강도 높게 추진해 다시는 부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회복하는 해운업에도 코로나19의 여파가 미치는 점을 우려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시행한 재정·금융 지원, 주요 20개국(G20)을 통한 국제무역 촉진 협력 등을 소개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역설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사들의 기존 금융 부담 완화와 신규 유동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상생형 해운 모델' 정착 △'4차 산업혁명' △'친환경 선박산업' 등 해운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선주와 화주 및 중소·중견선사의 상생 구조, '자율운항선박'과 '지능형 항해시스템' 등 '한국형 스마트 항만' 도입, 'LNG와 수소엔진 선박'과 '선박평형수 처리기술', '선박 탈황장치'와 같은 친환경 선박산업 등이 주요 핵심 내용이다.
해운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해운 강국은 포기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우리 모두 자긍심을 갖고 '대한민국 해운, 대한민국 경제'의 상생 도약을 이뤄내자"고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