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제사회의) 여건이 좋아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협력의 길을 찾아나서겠다"며 코로나19 방역협력, 남북 철도연결,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사업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인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 경제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며, 좁은 길도 점차 넓은 길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우선 문 대통령은 2년 전 판문점선언에 대해 "전쟁 없는 평화로 가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며 "9.19 남북 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로 이어져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키는 출발점이 되었고,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로부터 지난 2년은 평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한 기간이었다"면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인내하며 더딘 발걸음일지언정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기간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의 실천을 속도내지 못한 것은 결코 우리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현실적인 제약 요인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작은 일이라도 끊임없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위기가 남북 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협력 과제"라며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내 우리 국민을 위로하며 응원했고, 나도 이에 화답했다. 남과 북은 하나의 생명 공동체다. 남북 생명 공동체는 평화 공동체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협력에서 시작해 가축 전염병과 접경지역 재해 재난, 그리고 기후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등 생명의 한반도를 위한 남북 교류와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철도 연결을 위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겠다"면서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바꾸는 원대한 꿈도 남과 북이 함께할 수 있는 사업부터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와 희망의 지대로 바꾸는데 함께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올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한 것을 언급하고 "우리가 전쟁을 기념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전쟁의 참화를 기억하고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다지는데 있을 것"이라면서 "남북 공동의 유해 발굴 사업은 전쟁의 상처를 씻고, 생명과 평화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뜻깊은 사업이므로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실향민들의 상호 방문 추진의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일깨워주고 있다. 판문점선언의 기본 정신도 연대와 협력"이라면서 "남과 북이 함께 코로나 극복과 판문점 선언 이행에 속도를 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며, 상생 발전하는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문 대통령은 최근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일주일 이상 10명 내외로 확연히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눈에 띄게 안정되어 가고 있는 것에 반색하고 "조금만 더 힘을 모으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며 "여기까지 오는데 방역 당국과 의료진의 눈물겨운 헌신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 집단 지성이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류가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고,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의 확진자라고 하더라도 언제 집단 감염의 뇌관을 건드리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상황이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고, 올 가을 또는 겨울에 2차 유행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다. 결국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바이러스와 불편한 동거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길게 보면서 이제는 방역과 일상의 지혜로운 공존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우리의 방역 모델에 대한 국제 사회의 호평으로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바이러스와 싸우면서도 동시에 일상으로의 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역과 일상의 공존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세계는 이번에도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며 "K-방역을 넘어 K-일상이 또 다른 세계 표준이 되고,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나가자"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복귀할 일상은 과거의 일상과 다른 낯설고 새로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며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방역 지침과 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방역과 일상을 함께 잘해내려면 국민들의 협조와 참여 이상의 비결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위대한 국민들을 믿고 새로운 일상을 촘촘하게 준비하겠다. 경제 회복의 기회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살려나겠다"며 "위기를 가장 빨리,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굳건히 세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