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월드 속 뻔한 여성상

시청률 브레이크 거는 뻔한 남녀 주인공의 위치

입력 : 2020-04-27 오후 3:42:52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가 고전을 하고 있다. 시청률 보증수표로 손꼽혔던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호평보단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더 킹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 평행세계로 공존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차원의 문을 넘나드는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 분)과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김고은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김은숙 작가는 그간 비현실적인 소재를 로맨스와 엮어 풀어냈다. 남녀의 영혼이 뒤바뀐 시크릿 가든’, 도깨비 설화를 주요 설정으로 가져온 도깨비가 그러했다. 현실적인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마치 만화적인 설정이 주를 이뤘다. ‘신사의 품격’ ‘파리의 연인’ ‘상속자들에는 상류층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여성 주인공의 로맨스를 그려냈다. ‘태양의 후예역시 특수한 직업을 가진 남자와 의사인 여성 주인공의 로맨스를 다뤘다.
 
비현실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김은숙 월드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이유는 대리 만족에 있다. 김은숙 월드에서 훈훈한 비주얼, 모든 걸 가진 남자 주인공은 마치 백만 탄 왕자님처럼 고난 속에 잡초처럼 굳세게 살아가는 여자의 구원자 역할을 해왔다. 이는 순정 만화를 보듯 여성 시청자들의 환상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최근에는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룬 드라마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오컬트 소재를 다루거나, SF 소재 등 과거 드라마 시장보다 폭넓게 다양한 소재가 수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김은숙 작가의 만화 같은 설정, 혹은 비현실적인 소재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마땅할 터.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다. 417일 첫 방송 당시 11.4%로 시작한 더 킹: 영원의 군주는 지난 424 3회 방송분이 9%대의 시청률로 하락했다. 탄력을 받고 시청률이 상승해야 할 판에 오히려 시청률이 하락한 것이다.
 
시청률 하락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그 중 하나가 김은숙 월드 속의 전형적인 여성성이 새롭지 않은 것도 시청률 하락에 한 몫을 한다.
 
그간 김은숙 월드 속 남성 중심의 이야기 전개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김은숙 월드 속 남성 주인공은 제벌이거나 능력을 가진 인물로 비춰졌다. 물론 여성 주인공도 당찬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기의 일에 나름 자부심을 느끼거나 혹은 당돌한 면모를 보여 남자 주인공을 당황하게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당차고 굳센 면모의 여성 주인공은 사랑 앞에서 연약한 여성성만 강조될 뿐이다. 사랑 때문에 울고,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식이다.
 
더 킹에서 보여준 정태을(김고은 분) 역시 김은숙 월드 속 여성 주인공의 전형성에 벗어나지 못했다. 4회까지 방송 됐음에도 이미 태을은 사라진 이곤(이민호 분)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찬 여형사의 모습보다는 사랑에 아파하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영화 알라딘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최근 나타난 여성주의 열풍이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물론 김은숙 월드가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맞춰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껏 김은숙 월드에서 만들어 왔던 남녀의 관계성이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방송 환경이 다양한 OTT(동영상 제공 서비스)를 통해 해외 드라마를 접하는 게 익숙해진 시청자들로 인해 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답습된 드라마는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더 킹은 시청자들이 본방 사수를 하면서까지 봐야할 큰 메리트를 느끼기에는 너무 지금껏 봐왔던 김은숙 월드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더 킹 ; 영원의 군주 이민호, 김고은, 우도환, 김경남, 정은채, 이정진. 사진/SBS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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