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주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거듭 머리를 숙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파기환송심 연기에 이어 검찰 소환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새로운 삼성을 열겠다고 천명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돼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11일 법조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조만간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주 내로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지 약 3년3개월 만에 다시 강제수사를 받는 셈이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경영권 승계를 앞둔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옛 제일모직 가치를 올리는 과정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부풀리는 회계 부정이 있었고 이는 곧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게 골자다. 반면 삼성은 합병과 경영권 승계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6일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하며 자신을 둘러싼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자녀 대신 전문경영인 등을 통한 투명한 미래 경영을 시사함으로써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영권 승계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경영활동에 더욱 전념해야 할 시기에 다른 이슈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번 사과와 별개로 이미 1년6개월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 바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됐고 자신이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조사가 유력하다. 검찰이 기소 카드를 꺼낸다면 또 법정에 설 수도 있다.
2017년 국정농단 뇌물혐의에 따른 파기환송심이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4개월째 멈춘 상황에서 추가 재판까지 열린다면 경영 불확실성은 가중되게 된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최근 다짐과 달리 잇따르는 사법리스크는 앞으로 경영 활동에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특검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 감형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 뒤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선 긋기에 나선 것도 자칫 심화할 수 있는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역시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감시위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재차 거리 두기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4세 경영을 하지 않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현재 약간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돼야 앞서 밝힌 제대로 된 경영활동 의지를 실천에 옮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