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고가의 프리미엄폰 대신 중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 대부분이었던 5G폰 시장 역시 지갑 열기를 주저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업체 간 '착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2억9500만대에 그쳤다. 2분기에 1분기를 뛰어넘는 코로나19 직격탄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 속에 스마트폰 업계는 전 세계 트렌드가 된 소비 감소라는 된서리를 맞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 사태 등 국가적인 위기가 닥치면 당연히 분위기에 맞게 당장 필요한 생필품과 달리 전자제품 등의 소비는 평소보다 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스마트폰 업체들은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이전과 달리 잘 팔리지 않는 프리미엄폰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중저가폰을 앞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꾸준히 저가 공세에 나서는 가운데 애플이 최근 보급형인 2세대 아이폰SE를, 삼성전자가 갤럭시A31를 출시한 것도 중저가 수요층을 잡으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여파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으나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10걸에 따르면 1위 아이폰11(1800만대)를 제외하면 2위 샤오미 홍미노트8·8T(800만대), 3위 갤럭시A51(600만대), 4위 갤럭시A10s(500만대), 5위 홍미노트8 프로(500만대), 7위 갤럭시A20s(400만대), 8위 갤럭시A01(300만대), 9위 홍미 8A(300만대) 등 중저가폰들이 판매 대열에서 주류를 이뤘다.
지난 1월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 당시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은 사람들이 진열된 5G 스마트폰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중저가 불씨'는 4G폰 대비 가격이 다소 비쌌던 5G폰 시장까지 옮겨붙었다. 특히 지난달 들어 코로나19 위기에서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낸 중국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5G폰 소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4000만대 수준으로 이 가운데 5G폰 출하량은 40%인 1600만대에 달했다.
중국 내 5G폰 판매가 크게 증가한 이유로는 가격 대비 쓸만한 제품들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샤오미가 30만원대 5G폰 '홍미 K30'을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화웨이는 3월 서브 브랜드 아너를 통해 40만원대 '30S'를 내놓았다. 오포와 비보도 각각 30만원대 'A92s'와 40만원대 'S6 5G'를 발표하는 등 앞다퉈 5G폰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업체가 5G폰에 적극적"이라며 "지난달 신모델 중 5G 모델 비중이 46%, 출하량 중 5G 비중이 39%에 달했다"라고 밝혔다.
내수 시장을 지렛대 삼은 중국 업체들이 앞으로 국내와 유럽 등으로 점점 출시 범위를 넓혀나간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프리미엄폰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7일 60~70만원대 갤럭시A51 5G에 이어 15일 50만원대 갤럭시A51 5G를 국내에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출고가가 90만원에 이르렀던 갤럭시A90보다 싸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도 올해 가을 출시하는 5G '아이폰12'(가칭) 출고가를 전작보다 대폭 내린 649달러(약 79만원)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우·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5G폰이라고 해서 비싼 가격으로 팔기 어려워진 게 올해"라며 "코로나19로 글로벌 시장에서 구매자들의 가처분 소득에 강력한 타격이 가해지면서 5G 포함 중저가 스마트폰의 확판이 불가피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