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회의장단에 최초의 여성의원이 참여하게 되면 이전 의장단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여성 리더십으로 인해 여야의 적극적인 소통과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 가교역할을 할 계획이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에 도전하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극단적 대결로 치닫는 정치 문화를 바꿔내는데 여성 특유의 소통 능력과 리더십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며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5일 '21대 국회부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19일부터 이틀 동안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후보자 등록을 받아 25일 경선을 치르게 된다.
19일 김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국회의 개혁과 협치를 이뤄내고자 한다"며 각오를 밝혔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경기 부천소사구에서 4선을 지낸 여성 최다선 의원이다. 그동안 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 부위원장과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 등의 경험을 토대로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의원의 목표다.
김 의원에게 첫 여성 국회부의장 도전 결심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독려와 지지가 김 의원에게 큰 힘이 됐다. 김 의원도 당내 여성 의원들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이번에는 기필코 국회의장단에 여성이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려나 할당을 해준다는 의식에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능력과 자질로서 인정받겠다는 것이 김 의원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여성 의원의 첫 국회의장단 입성을 통해 달라질 국회 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하는 국회'의 토대를 만들고 막말 등 품위를 잃지 않는 '품격있는 국회'를 현실화하는 것이 김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이룰 과제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에 도전하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여성 리더십으로 여야의 적극적인 소통과 대화의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상희 의원실 제공
여성 국회 부의장의 역할이 21대 국회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출마기자회견에서도 말했다시피 저는 새로운 여성의 리더십으로 국회의 개혁과 협치를 이뤄내고자 한다. 국회의장단에 최초의 여성의원이 참여함으로서 이전 의장단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여성 리더십으로 여야의 적극적인 소통과 대화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현재 국회 구조 상 국회의장단에게 많은 역할과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는 않다. 특히나 부의장의 경우, 본회의 사회권 정도가 국민께 보여지는 역할의 전부였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을 대표하는 국회의 여성 대표자로서 남성이 주도하는 정치영역에서 공고한 유리천장 하나를 깨뜨리고,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또 하나의 여성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73년만에 본회의장 의장단석에 여성이 서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가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 상징은 우리사회가 성평등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최다선 5선 의원이 관례상 국회 부의장이 되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잘 아시다시피 우리 정치 환경 상 여성이 다선의원이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조건 선수에 따라 의장단을 구성할 경우 여성에게 기회가 돌아가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이라는 거대여당으로서 의장과 부의장을 동시에 임명할 수 있는 이번 21대 국회에서 4선의 여성 의원을 부의장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많은 여성 동료 의원들이 지지를 표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성의원들께서 마음을 모아 저를 지지해주신 점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당은 이번 총선에 임하면서 지역구 여성후보 30% 공천을 목표로 삼았지만 아쉽게도 달성하지 못했다. 총선 결과, 21대 국회는 19%의 여성의원이 당선됐다. 아직 미미하지만 제헌국회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여성의원들은 '이제는 때가 되었다', '아니 너무 늦었다'고 말씀한다.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우리 국회의장단에 여성대표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국회의장단에 여성이 포함되도록 할 것이다.
상임위원장 30% 여성에 우선 배정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나.
아시다시피 그 부분은 여야 협상에 달려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상임위 배분부터 여야가 협상을 통해 정리돼야 하고, 그 후 각 정당 몫으로 배분된 상임위에 따라 당내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각 정당의 원내지도부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본다.
국회 부의장이 된다면 국회 내 환경, 문화에 대한 변화를 위해 힘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은 일하는 국회를 위한 입법이 최우선 과제다. 신속한 원 구성, 상시적 국회 운영,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의 의무 개회 등 공전과 파행, 소모적인 정쟁을 막아야 한다. 법과 제도, 그리고 시스템을 통해서 국회가 멈춰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또한 품격있는 국회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의정활동의 성실성을 담보하고, 막말 등 품위를 잃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25일 경선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씀은.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177석이라는 다수의석에 대한 보답으로 당내 경쟁구도를 만들기보다는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다른 후보가 있다면 저는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할 생각이다. 저는 여성을 배려하거나 할당해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능력과 자질로서 인정받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다. 우리 민주당은 꼭 그렇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 당의 개혁성과 성평등 사회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성평등을 위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지 않는 길임을 의원님들께서 잘 알고 계실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상희 의원이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TF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