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내 스포츠가 전 세계 이목을 끄는 이른바 'K스포츠 열풍'에 스폰서 참여 기업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특수에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지만 실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주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와 K리그 열기가 글로벌 팬 안방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주요 스포츠 경기가 올스톱하면서 스포츠에 굶주린 팬들의 '한국 경기 챙기기' 진풍경이 계속되고 있다. 24일 기준 세계에서 유일하게 프로야구·프로축구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한국이 전 세계 팬의 '스포츠 갈증'을 해결하는 분출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구촌 팬의 '한국 관심도'는 기대 이상이다. 약 27만명에 이르는 미국 지역 TV 시청자가 미국 최대 스포츠 전문 방송사 ESPN을 통해 지난 5일 KBO 리그 개막전을 지켜봤다. K리그는 한술 더 떠 8~10일 열린 1라운드 6경기 중계를 지켜본 전 세계 시청자 수가 약 1554만7000명에 이른다. 유튜브와 트위터 중계 접속자(360만명)까지 합치면 그 수는 1914만여명으로 불어난다.
세계 최대 프로스포츠 시장을 가진 미국의 야구 팬들이 '한국식 빠던'(배트 던지기)을 놓고 설왕설래하는가 하면 노스캐롤라이나주(North Carolina)와 이니셜이 같은 NC 다이노스에 흥미를 드러내기도 한다. '축구 종주국' 유럽 축구팬들은 과거 유럽을 누볐던 K리그 최고령 이동국(전북)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인상 깊었던 주요 득점장면에 대한 평가를 빠뜨리지 않는다.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 중계 카메라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이제 KBO 리그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 미주, 아시아, 중동 지역 등 주요국가 130개국으로 생중계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미국 내 KBO 리그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자 ESPN은 중계권역 확대를 결정했다. 개막을 앞두고 36개국에 중계권을 판매했던 K리그도 개막 직전 포르투갈 방송사 채널1가 합류하면서 37개국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과거 국내 방송사들이 해외에 진출한 박찬호, 박지성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애를 쓰고 삼성과 LG가 각각 첼시(잉글랜드)와 상파울루(브라질) 구단의 스폰서로 나선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룹 내 스포츠구단을 보유하거나 스폰서로 참여하는 기업들은 반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를 산출해 수치화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광고효과가 크다"라며 "카메라에 잡히는 프로스포츠 광고판이 매우 잘 팔리고 있다. 기대 이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각 그룹 내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주일에 6번 열리는 KBO 리그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레 자신들을 홍보할 기회를 얻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은 착용한 헬멧으로 갤럭시S20을 홍보하고 LG 트윈스 선수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새겨진 헬멧을 쓰고 경기에 임한다.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기는 했으나 K리그 수원 삼성 선수들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8K' 문구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전 세계 야구팬들의 관심 증가에 따라 지난해 약 2400억원 수준이었던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 신한은행의 광고 노출 효과가 올해 훨씬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 수요가 폭발적인 현실에 따른 '반짝 효과'일 뿐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ESPN 중계로 인해 어느 정도 노출 효과는 있을 테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따졌을 때 광고 효과가 클지는 의문"이라며 "독일 등과 같이 스포츠 경기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면 지금 흐름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