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후원금 부실 관리 의혹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로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에 대해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이날부터 정의연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PC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돌입했다. 수사절차상 통상 압수물 분석 뒤 관련자들을 소환하지만, 이번 사건은 자료량이 많아 담당자들을 먼저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을, 21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이 머무는 평화의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전날에는 정의연 한경희 사무총장과 회계 담당자를 불러 압수한 자료와 정의연의 회계 절차 등을 면담 형식으로 확인했다. 이날 절차는 정식 참고인 조사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자료의 분량이 많아 오는 28일 관련 담당자를 상대로 확인 작업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검찰은 현재 대검찰청에서 자금 추적 전문 수사관을 지원받아 회계 자료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대검 간부들에게 정의연 등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만큼 제기된 의혹에 대해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의연의 회계 자료에 대한 분석이 완료된 후 참고인 조사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윤 당선자의 임기가 시작되는 30일 이전 소환 조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정의연의 후원금 유용 의혹을 포함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경기 안성시 쉼터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절반 가격에 팔아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 등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윤미향 당선자는 쏟아지는 의혹을 떳떳하게 소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윤 당선자의 국민 상식 수준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금 방식과 회계 처리, 그리고 자산 관리 의혹은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며, 법률의 잣대만으로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21대 국회 개원 후 국회의원 신분을 가지면서 특권의 뒤에 숨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버려야 한다. 또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할지라도 이미 국민의 대표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한 윤 당선자가 위안부 문제 해결 과정에 기여할 자리도 없을 것"이라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모든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고, 책임을 지는 행동만이 그동안의 국민 성원에 보답하는 것임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윤 당선자가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보도가 있으나,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정의기억연대 등에 쏟아지는 비난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21대 국회 출범 이전에 소명 입장을 발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인근에서 제1441차 수요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쉼터 자료를 제출하기로 검찰에 합의한 터라 슬픔과 충격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검찰의 강제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그럼에도 정의연은 검찰의 모든 수사에 협조적이었으며,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에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려고 했다"면서 "공정한 수사와 신속한 의혹 해소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안타깝게 지켜봤고,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 그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지난 30년간 투쟁에서 고통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은 원인을 스스로 돌아보고,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