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간 수치 정상이니 괜찮다? 방심은 금물 '간경변증'

환자 중 3% 간암으로 발전…변수 부르는 음주 피해야

입력 : 2020-05-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알코올을 해독하는 작용부터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호르몬을 합성하거나, 대사 처리하는 일 등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중요한 만큼 간 조직은 뛰어난 회복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속적인 손상은 버틸 수 없다. 간의 지속적인 손상으로 생기는 간경변증은 해마다 환자가 늘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약 18%가량 증가했다. 건강검진을 통해 간 수치가 정상인 점을 확인하고 무작정 안심하기 쉽지만, 지속해서 손상되면 발병 가능해 주의가 필요하다.
 
간은 재생능력이 좋다. 정상적인 간 기능을 가진 사람의 경우, 질병으로 인해 간을 절제해도 원래와 유사하게 성장하며, 재생능력 덕분에 다른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세포에 염증이 반복되면 정상 세포는 파괴되고 상처의 회복과정에서 흉터 조직처럼 대체되는데, 이를 '섬유화'라고 한다. 간 섬유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간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흉터로 인해 정상 간 조직의 양은 줄어들어 기능도 점차 떨어진다. 섬유화가 심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돼 간이 딱딱해지면서 쪼그라드는 것을 간경변증이라고 한다.
 
간견병증이 있다면 간암도 조심해야 한다. 간암이 만성 B형간염과 C형간염 환자, 여러 원인에 의한 간경변증 환자에게서 주로 발병하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간염이 있거나 간경변증 상태라면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급성 A형간염은 만성화되지 않고,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도 않는다. 단기간의 급성간염으로는 간경변증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간경변증은 간세포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염증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간경변증의 무서운 점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는 것이다. 상당히 진행되고 합병증이 생겨야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비대상성 간경변증'이라고 한다. 증상은 식욕부진,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등이 나타나는데, 사람마다 다르며 쉽게 생길 수 있는 증상이기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더 진행되면 복수가 차는데, 이 경우 간경변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매우 위험하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초반에는 증상이 없고, 증상이 발생해도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기에 만성간염이나 음주력, 지방간이 심한 사람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간경변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만큼 검사를 통해 의심해야 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한 간의 음영과 혈액검사만으로도 쉽게 의심할 수 있다. 강경변증이 있는 경우 복부초음파검사나 CT를 찍어보면 거친 음영이나 울퉁불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성간염이나 음주 등 간 기능 검사 이상을 보일 원인이 없는데 단순한 지방간으로 보기에는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은 경우 또는 간섬유화 관련검사에서 진행된 간섬유 의심소견이 보이는 경우 역시 관찰이 필요하다. 간경변증의 확인만을 위한 간 조직검사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나 지방간염 등 다른 간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하기도 한다.
 
간경변증으로 진행한 경우는 아직 정상 간으로 회복시키는 치료약이 없어 말기에는 간이식이 마지막 수단이다.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피부 상처 역시 손상된 부위를 잘 관리하면 흉터가 최소한으로 남듯이, 바이러스를 억제하며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섬유화가 부분적으로 호전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매년 간경변증 환자 중 약 3%가 간암으로 발전하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에서 40세 이상의 간경변증 환자, 만성 B형간염 또는 C형간염 환자에게 상·하반기 각 1회 초음파검사를 지원하니, 이를 통해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없는 만성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도 위험하기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검진대상에 포함된다.
 
과거 보균자였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에 관리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국내는 대부분 어머니로부터 얻은 수직감염자가 많다. 해당 경우 바이러스 수치는 높지만 간 수치는 정상인 '면역관용기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에 단순 간 수치가 좋아서 괜찮다고 생각하다가 활동성으로 변하게 되는데, 자각증상만으로는 알기 어렵고 무증상도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자는 간 손상이나 섬유화 과정이 없을 때부터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 간경변증과 간암 발생을 현저하게 낮추는 방법이다.
 
간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술은 변수가 많아 정확한 안전기준은 없다. 사람마다 음주 횟수와 양이 다르고, 성별, 나이, 알코올 대사 능력 등 개인차가 크므로 반드시 몇 잔까지는 괜찮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평균적으로 남자는 하루 소주 3잔, 여자는 2잔 이하가 안전하다. 하지만 매일 소주 3잔을 마시는 정도로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알코올은 직접 간손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여러 대사과정을 통해 지속해서 간 손상을 주게 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술은 가능하면 안 마시는 게 가장 좋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간 질환과 관련해 내원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강동경희대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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