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A제약사 종합병원 영업을 담당하는 B씨는 최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지난달 말 이태원을 시작으로 최근 부천 물류센터까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3, 4월 매출을 겨우 견뎌낸 뒤 5월 들어 한풀 꺾인 확산세에 대면 영업활동을 재개하던 시점인 만큼 걱정과 부담감은 오히려 배가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추가 재확산이라는 변수에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 제약영업 인력들의 부담이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3월을 시작으로 여파가 본격화 된 4월까지 '날씨가 따뜻해 질때까지 버틴다'는 마음으로 견디다 서서히 영업활동을 본격화 하고 있던 상황에서 재확산 가능성이라는 날벼락을 맞았기 때문이다.
3월과 4월 병원 영업 타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감염병에 특히 민감한 병원이 사태가 심각해지자 곧바로 강력한 출입제한 권고 조치를 내리며, 방역 강화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영업사원들의 왕래도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면영업이 중요시 되는 국내 영업문화 특성상 영업사원들의 속앓이는 불가피했다.
현장 일선에선 5월만 지나면 괜찮을 것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날이 풀리는 시기이기도 한데다, 지난 2월 국내 확산 조짐이 일던 시기 선제적으로 3개월 장기처방을 받은 환자들의 약이 소진되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때마침 국내 확산세도 잦아들고 있던 만큼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실제로 4월을 정점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한풀 꺾였던 국내 코로나19 확산세에 반색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확산 우려가 고개를 돌며 '이제 고생 끝났겠지'라는 생각 속 다졌던 의욕은 다시 불안감으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최근 모 제약사 부천지역 영업사원이 확진판정을 받으며, 의료기관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A제약사 한 영업사원은 "아직 병원 쪽에서 재확산 사태에 대한 영업사원 출입제한 조치 등은 없어 영업을 위한 방문을 이어가고 있지만,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병원 출입이 제한되면 결국 외부에서 미팅을 가져야하는데 이 경우 식사나 가벼운 술자리 등이 불가피한 만큼 더 위험해 상대방이 꺼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향후 추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영업사원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학술대회를 비롯해 각종 오프라인 행사들이 비대면 행사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 안에서 만나자니 눈치가 보이고 밖에서 만나기는 서로가 꺼리는 분위기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소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기엔 회사 측 무언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1분기 주요사를 중심으로 우려 대비 선방한 실적을 보이긴 했지만, 2분기 본격화 된 타격에 상반기 실적 하락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다. 실제로 2분기 업계 실적 전망치는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된데다, 최근 수년간 타 산업 대비 압도적이던 고용 지표 역시 일부 일정이 연기되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연간 매출로 대표되는 성과가 중시되는 영업사원들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은 "일반적으로 연말 다음해 영업 목표치 등을 산정하는 데 지난해 대비 10% 늘어난 매출을 목표로 잡았지만, 3월부터 전년 대비 10~15% 정도 매출이 빠지고 있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 회사에서 목표치를 하향 조정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압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치료받던 입원실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