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그룹감독법 입법예고…'이중 규제' 옥죄기 우려도

20대 국회서 폐기된 법안 재추진…"규제 늘려 기업경영 개입 의도"

입력 : 2020-06-0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삼성·현대차·한화 등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하는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사와 산업계열사를 모두 보유한 금산결합 그룹들은 사실상 이중규제를 받는 셈이어서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7일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오는 7월1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입법예고 후 관련 규제·법제 심사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그룹감독제도는 여수신·보험·금투업 중 2개 이상 업종을 운영하는 대기업 또는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 제도다. 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그룹의 동반부실 위험을 방지하고, 금융 계열사를 그룹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유인을 제거하자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난 2018년 1월에는 금융혁신 4대 전략 중 금융쇄신 분야의 핵심과제로 제시됐다. 금융그룹감독제도는 아직까진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2018년 7월 행정지도의 일종인 모범규준을 만들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입법예고한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중 '금융지주, 국책은행 등을 제외한 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했다.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생명, 현대차, DB 등 6곳이 해당된다. 롯데그룹은 카드사와 손해보험사를 각각 매각하면서 지난해 12월 감독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안은 금융그룹의 대표회사로 선정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그룹위험관리정책을 마련하고, 위험관리기구를 설치·운영토록 했다. 금융그룹 차원에서 법령준수, 건전경영 등을 위한 '금융그룹 내부통제체계'를 대표회사 중심으로 구축·운영토록 규정했다.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금융회사 간 자본의 중복이용 가능성 등을 고려한 금융그룹 수준의 자본적정성도 점검·평가한다. 금융그룹의 내부거래·위험집중이 금융그룹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계열사로부터 위험전이 가능성 등 그룹차원의 위험을 평가한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자본도 적립토록 했다. 이와 함께 금융그룹의 대표회사는 금융그룹 차원의 자본적정성 현황 및 위험요인 등을 금융위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정부안에는 지난 2년여 모범규준 운영과정에서 제기된 '금융그룹 내부통제체계 구축의무', 금융그룹의 '공동광고 및 시설 공동사용' 등을 추가했다"며 "다만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입법안에 포함된 사항 중 그룹내 금융사-비금융사 간 임원 겸직·이동 제한 등과 같은 일부 규제는 국제기준 등을 고려해 제외했다"고 말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관리 감독 대상을 지배구조, 계열사 거래 등 비재무적 지표로 확대할 경우 재벌 그룹을 사전적으로 통제하는 근거로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 큰 반대 이유였다. 또한 "보험·카드·금융투자 등 업권별 금융감독과 별도로 금융 계열사가 속한 그룹사에 또다른 규제와 의무를 부과해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많았다. 일부 기업은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등 지배구조에서 변화가 생기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이중 규제 부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는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그룹감독협의체 회의'를 열고 금융그룹감독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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