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SNS) 기업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인터넷 사업자의 플랫폼 관리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역할이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 기업도 국내·외 이용자들의 사회적 공감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현지 시간)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권력 사용·폭력적인 갈등 등과 관련한 기존 콘텐츠 정책을 좀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그냥 놔두는' 두 가지 방법으로 구성된 게시물 제재 정책을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바꾸면서 페이스북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해 책임질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기업의 플랫폼 운영 책임론이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김재환 정책실장은 "미국의 상황이 당장 국내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인터넷이 소통과 정보 전달 매개체의 주류가 되면서 안전 조치나 피해 방지 등 책임 강화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며 "국내에서도 인터넷 실명제나 매크로 법 등으로 인터넷 기업의 책임이 자율 규제를 넘어서서 법적 책임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말부터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뉴스 댓글과 검색 서비스 등의 전면 개편에 나섰다. 두 기업은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키워드 검색어 등을 잠정 폐지하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악플 차단 클린봇 등을 연구하면서 건전한 플랫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내에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라 이용자의 불법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임시조치하면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인터넷 기업들은 스스로 플랫폼으로서 콘텐츠 가이드 등 자율 규제를 강화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뉴스 댓글 작성자의 이력을 공개하는 등 정책을 개편했다. 그 결과 뉴스 댓글 수와 댓글 작성자는 대폭 감소하고, 댓글 길이는 증가해 댓글 공간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카카오는 올해 초, 댓글에서의 욕설·비속어뿐만 아니라 차별·혐오에 대한 신고 항목을 신설했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울러 혐오·폭력성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 기준과 이행 방안도 논의하면서 플랫폼 자율 규제에 대한 정책을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미국의 상황과 관계없이 플랫폼 사업자로서 져야 하는 책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저희는 오히려 트위터·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아무것도 안 해도 (플랫폼 책임을) 계속 신경 써 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백악관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만남에 대해 트위터에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뉴시스
한편, 저커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성 게시물을 제재하지 않아 내외부의 비판을 받았다. 이번 커뮤니티 정책 변화는 이런 비판을 인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조지 플로이드 사망 규탄 시위와 관련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전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게시한 바 있다. 여론은 저커버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넷 기업의 면책 특권을 박탈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는데, 저커버그가 이로 인해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가 세질 것을 과도하게 걱정했다는 평이다.
반면, 트위터는 잭 도시 CEO가 책임을 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이 폭력을 조장하거나 선동한다는 경고를 붙이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