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청년 대상 '정책 실험' 필요"

검증 통해 사회적 합의 가능…이원재 "정부 조직 산하 전담부서 둬야"

입력 : 2020-06-09 오후 4:36:4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정책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해 전국민 지급에 앞서 청년을 대상으로 제한적 '정책실험(Policy Experiment)'을 진행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고 사회적 합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9일 시민사회 대표적 기본소득 도입론자인 이원재 LAB2050 대표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청년 기본소득 지급 정책실험'을 통한 정책실험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실제 정책으로 실행된다면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분배 정책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지를 면밀하게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실험이란 통상적으로 자연과학에서 활용되는 실험 설계를 정책 분석 및 평가 분야에 응용하는 방식으로 과학적 방식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측정하고 입증하는 방법이다. 즉 정책의 대상과 비교집단을 설정해 정책 시행 후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정책실험은 현재 개발도상국에서의 국제 개발 사업외에도 영국·미국·핀란드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도 증거 기반 정책 시행 계획을 수립하고 신규 및 기존 정책의 예산 변경·조정 등에 정책실험을 통해 정책 효과의 근거를 제시하도록 했다. 
 
핀란드의 경우 정책실험은 새로운 정책 대안의 효과를 입증하고 위험과 예산 부담의 감소를 덜어내는 데 활용된다. 특히 정책실험이 정책의 무조건적인 도입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큼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 논의에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또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고 예산 부담의 감소를 덜어내는 효과를 가진만큼 사회적 합의에도 강력한 근거로 적용된다. 
 
이원재 시대전환 공동대표(가운데)와 조정훈 대표(오른쪽 두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시대전환 총선 1호 공약 발표 ‘국민기본소득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본소득 논의의 시발점이 된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정책실험이라는 과학적 입증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기본소득 논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자연적으로 발생한 정책을 비교할 때 '자연실험'의 개념을 도입하는데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관련해 이 대표는 "전국적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경우 비교대상이 없어 그 효과를 면밀히 살필 수 없다"면서도 "서울시가 지급한 선별적 지급과 경기도의 전 도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효과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자연실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것과 관련해선 "현재의 한국 복지 제도 가운데 보편적 성격을 가지는 것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이라며 "청년은 우리의 복지체계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주변주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이 필요하고 기본소득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에서 얼마나 우리 사회의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한 의문과 막대한 예산의활용과 기존 제도의 재구조화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정책실험은 이 과제와 의문을 해결하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로선 국내에서 정책실험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없어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실험을 활용하고 있는 영국과 핀란드 등에서는 정책실험 활성화를 위해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정부 조직 산하의 전담 부서를 두거나, 정책실험을 전담할 국책연구원을 지정하는 형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정책들이 시범사업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평가가 엄정하지 않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과학적 설계를 필요로 하는 정책실험 관련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원재 LAB205 대표는 청년 기본소득 지급이라는 정책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시대전환 제공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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