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재섭 "통합당 첫 과제는 비호감 정당 탈피"

'김종인 체제'서 청년 비대위원 활동…젊은 정치인 양성 중책 맡아
국민연금제 개편·주택문제 해결 강조…"꼰대정당 인식 바꿔내야"

입력 : 2020-06-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김재섭 비대위원은 앞으로 당의 과제에 대해 "통합당이 비호감 정당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갖고 "당 내부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과제가 정말 많다.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뜻 깊게, 감사하게 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의 약세 지역인 서울 도봉갑에 출마한 김 위원은 현역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서 청년 정치신인 임에도 40%가 넘는 득표를 했다.
 
김 비대위원은 총선 이후에도 젊은 정치인들과 함께 당 혁신을 요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제는 통합당의 비대위원으로서 보수혁신의 중책을 맡게 되면서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통합당을 청년친화적인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 비대위원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국민연금제 개편, 주택문제 해결 등을 통해 청년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회안전망 확충,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 진보적 의제들을 담론으로 제시한 김 비대위원은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권의 화두인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김 비대위원과의 일문일답.
 
김재섭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비대위원 제안은 어떻게 받았나.
 
'청년에게 소외됐다'라는 점이 총선 패배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당이 왜 청년에게 사랑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청년 입장에서, 청년만의 솔루션을 내보라는 김종인 위원장의 바람이 있었다. 똑같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젊은 사람들이 느끼는 문화적 동질성이라든지, 같이 갖고 있는 언어적 공감대가 있다. 이것을 최대한 청년 입장에서 서술하고 청년 입장에서 내보낼 수 있게끔 스피커로서의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또한 '누구의 키즈' 이런 식으로 청년 정치라는 것이 종적 연대가 굉장히 강하다. 김 위원장은 그러지 말고 횡적 연대를 하자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끼리 연대해서 말 그대로 여야 모두 해결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 집을 사지 못하는 문제들은 젊은 사람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세대 간의 정치적 협상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미래를 살아가는 세대로서 이런 문제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니 우리가 종적 연대의 연결고리를 끊고 횡적으로 연대를 해서 이런 미래 아젠다를 풀어나가자, 이런 의미로서 청년 정치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부탁을 김 위원장에게 받았다.
 
비대위 출범 2주가 지났다.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당 내부에서도 개혁할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여성, 호남, 청년에게 외면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 여성과 청년, 호남 친화적인 정당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조와 정책, 이미지 등에 대해서 적극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런 것들과 함께 거대 여당의 독주를 적절히 견제하는 일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비대위 차원에서 논의되는 일이 굉장히 많다. 책임감을 갖고 뜻 깊게, 감사하게 일하고 있다. 
 
청년 조직을 비대위 산하에 구성하는 것인가.
 
당내에 장기적으로 있을 조직 구성을 생각하고 있다. 정치적인 훈련을 통해 중앙정치로 나가거나 광역선거를 나가든, 기초선거를 나가도록 선택할 수 있게끔 훈련된 정치인들을 양성하는 관문으로서 청년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년 조직에 관심이 많다.
 
김종인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화두로 제시한 뒤 논의가 활발한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보수정당으로서 우리가 기본소득을 대하는 태도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제가 신중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기본소득이 도입되기 위해서 그 전에 거쳐야 하는 여러 가지 스텝(단계)이 있다. 복지 제도를 개편해야 되고 조세제도를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증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불필요한 복지 행정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러한 중간 과정들이 있다 보니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장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는 것은 맞지만 그 전에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이 있다. 무조건적인 허황된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스텝을 거쳐 가면서 장기적으로 할 것이라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인가.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상의 제한이 없는 것이다. 복지 행정의 개편, 증세, 조세제도 개편 등이 맞물려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해야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바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은 아니라서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연구하면서 접근이 필요하다.
 
당내 보수 가치에 대한 논쟁도 상당하다.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여기는 보수당이다. 그랬을 때 보수라는 이름을 달고 얻는 실익이 무엇인가 보면 사실 잘 없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도 보수라는 이름에 집착하지 말고 보수가 내세우는 가치를 훨씬 더 선명히 하라고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보수 정당이라고 하지만 막상 정책을 보면 이것은 진보의 정책인지, 보수의 정책인지 가늠이 안 된다.
 
진짜 보수가 내세우는 자유주의적 가치라든지, 방만한 정부를 견제한다든지, 이런 가치를 내세우지 않고 그런 것을 도외시 한 채 보수라는 이름만 내세우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보수 철학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야 하는 것이지, 보수라는 이름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종인 위원장과 생각을 같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
 
경제에 대해 진보적 의제를 선점하면서 화두로 제시하고, 외교안보는 보수 스탠스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비대위 내부에서의 평가는 어떤가.
 
실제로 그렇다. 안보는 보수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좌파 경제정책이라는 비판이 사실 있는데 김종인 위원장이 시장을 부정하거나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자는 말을 한 적은 단 한반도 없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내세우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서 사회적 안정을 구축하고 정부가 공정한 룰을 지킬 수 있는 시장의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잘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떤 한 곳이 너무 커져서 나머지를 말살시키는 그런 식의 왜곡된 경제를 바로 잡아서 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개념이기 때문에 좌파 정책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못한다. 안보는 가장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국가 안보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안보는 당연히 보수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지켜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비대위 논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비대위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약간 급진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다만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우리당에서도 적극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 비대위원으로서 임기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음 당대표가 와도 '청년 친화적인 정당'이라는 수식어가 바뀌지 않을 정도로 공고하게 인식을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여러 가지 해결책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청년들이 정치하기 좋은 정당이어야 하고 우리가 내세우는 정책이 젊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돼야 한다. 두 가지 공을 다 잡아야 한다. 이것이 제 역할이다.
 
통합당이 청년 친화적인 정당으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가장 필요한가.
 
정책면에 있어서는 연금제도 개편이 있다. 은퇴 후에 국민연금을 통해서 편안한 삶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월급으로 돈을 모아도 집을 못 산다. 그런 면에 있어서 주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된다. 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혼문제, 저출생 문제 등으로 다 연결된다. 젊은 사람들이 주택 걱정을 안하도록 이와 관련된 정책을 많이 내세웠으면 좋겠다. 정치하러 들어온 청년들에게 꼰대질 안하는 이런 인식들이 자리 잡게 하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려운 일이다. 4월15일에 젊은 사람들이 기호 2번에 도장 하나 찍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여기 와서 정치를 하라고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전투표제도 변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전투표의 관리가 부실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우리가 조금 더 투표 절차나 투표함 관리에 있어서는 철저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의심을 불식할 필요가 있어서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부정투표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대위에서도 그런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지, 부정투표를 파헤치자 이런 것은 아니고 사전투표를 없애자는 것도 아니다.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앞으로 비대위의 과제는 무엇인가.
 
정말 많다. 우선 비호감 정당에서 탈피하는 것이 첫 번째다. 우리당의 비호감도가 너무 높다. 일단 싸울 때 싸우더라도 막말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사건 등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에 대해서 우리도 적극 동참하고 같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해소돼야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고 신뢰가 확보될 것이다. 그 다음에 좋은 정책을 이야기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서 호응을 받으면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밀어 붙일 수 있다.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에 적극 손을 내밀고 듣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통합당 비대위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 할 것인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수권정당이 돼야 한다. 결국 수권정당이 될 수 없는 정당은 무기력해진다. 지는 선거에 대비하는 것, 없는 후보를 만들어내는 일은 굉장히 힘이 빠지는 일이다. 비대위가 남은 1년 동안 대선에서 상대당과 세게 붙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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