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내달 국내 상장을 앞둔 SK바이오팜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현지 판매 중인 2종의 신약에 임상을 준비 중인 후속 파이프라인을 더해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발돋움 한다는 포부다.
15일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회사 핵심 경쟁력과 향후 사업 전략 및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사 최초로 개발 전 단계를 독자 수행한 품목으로 미국 허가를 획득하며 R&D 역량을 인정받은 만큼 1회성 성공이 아닌 지속 성장형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다.
조정우 사장은 "(세노바메이트 미국 출시가)아직 출시 한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현지 처방이 상회하는 수준이며, 성공적 진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라며 "향후 논문을 통해 발표될 3상 데이터가 기존 지표 대비 우수한 만큼 처방적으로 더욱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를 보유하고 있다. 솔리암페톨은 지난 2012년 기술이전 받은 재즈가 지난해 미국에 이어 올 1분기 유럽 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전 과정 자체개발 및 미국 직판체계 구축으로 기대를 모은 주력 품목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11월 판매허가를 승인 받은 뒤, 지난달 11일 현지 출시를 완료했다.
특히 세노바메이트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미국 내 환자만 340만명에 달하는 뇌전증은 전 연령대에서의 발병과 사회적 소외, 우울증 등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에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전 세계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54억달러(약 6조52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70억달러(약 8조 4500억원)로의 성장이 전망된다.
해당 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는 임상단계부터 기존 치료제가 집중한 발작 횟수 및 빈도 감소를 넘어 20% 이상의 높은 완전 발작 소실 비율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저명 저널에 우수한 임상결과들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게임체인저로서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치료제들의 특허만료가 2년 내 만료되는 데다, 현재 개발 중인 경쟁 품목이 없어 5년 내 마땅한 경쟁약물 출시 계획이 없다는 점도 경쟁력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전 세계 뇌전증 신약 시장의 60% 가량을 미국이 차지하는 만큼 현지성공을 기반으로 전세계로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세노바메이트 성공을 위해 SK바이오팜은 판매부터 보험까지 모든 영역 전문가들로 지난 2017년부터 인력 구성을 완료한 상태며, 연초 미국 전역을 담당할 수 있는 110명의 영업인력을 채용 완료했다. 미국 전역 93%의 뇌전증 센터와 99%의 전문의를 아우른다는 계약이다. 보험사 역시 현재까지 40%의 회사와 계약을 완료했고, 연말까지 90%까지 확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의 대형 시장인 유럽 출시는 아벨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된다. 지난해 2월 허가신청을 완료한 상태며, 내년 1~2분기 예상되는 승인 이후 약 32개국에 판매가 가능해진다.
이밖에 또 하나의 진출 품목인 솔리암페톨 역시 출시 초기 리베이트가 불가피한 미국 시장 특성상 판관비 증가에 1~2년 의미있는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분기당 40%씩 처방이 늘고 있어 향후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후속 파이프라인에 대한 준비도 순항 중이다. 검증된 충추신경계 신약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항암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시장 진출이 예상되는 품목은 소아뇌전증 신약 '카리스바메이트'다. 희귀난치성 질환 특성상 신송승인이 기대되는 만큼 올해 1b상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3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2023~2024년 NDA 제출이 목표다. 이밖에도 내년 임상 진입이 예상되는 항암신약을 비롯해 총 8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올해 최대 IPO로 꼽히는 만큼 상장에 관련된 언급도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투심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조 사장은 "올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미국 출시와 IPO였는데, 미국 출시가 순조롭게 진행된 만큼 IPO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제품 안착을 위해선 시장에 우리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코로나는 심각한 고려 사항이 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진입 및 원료 의약품 수급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코로나19로 현지 영업 자체는 분명 제한이 있지만, 미국이 생각보다 온라인 진료나 처방이 잘되고 있는 상황이며, 뇌전증 센터 중심 전문의들과 회사의 네트워크가 잘 구성된 상태"라며 "이미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해 올해와 내년 물량에 전혀 걱정이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한편, 다음달 2일 상장이 예정된 SK바이오팜은 오는 17~18일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이후 19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3~24일 청약에 나선다. 공모가 밴드(3만6000원~4만9000원)를 기반으로 산출한 시가총액은 최대 3조8300억원, 증권업계 예상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수준이다. 공모 규모만 놓고 봐도 지난 2017년 5월 셀트리온헬스케어 이후 최대 규모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15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향후 사업계획 및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