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국립보건연구원 이관 문제와 관련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의 인사적체 해소나 영역 확대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공식 해명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15일 세종컨벤션센터 4층 중연회장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간담회에서 "이번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어느 조직이 더 가져가는지는 상호 간 관심도 없었고 논의 대상도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소 등을 복지부 소속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자 곧바로 질본의 연구 기능을 축소시킨 '무늬만 승격'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날 당정청은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지 않고 질병관리청 소속기관으로 두기로 했다.
박 장관은 "질본과 복지부는 싸우는 그런 위치가 전혀 아니"라며 "저는 장관으로서 지휘하는 사람이고 질본 본부장은 맡은 영역의 지휘관이면서 장관의 지휘를 받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립보건연구원은 감염병, 만성 질환, 보건산업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만성 질환이나 보건산업 부분은 복지부가 많은 역할에 관여한다"며 "조직 개편을 논의할 때 상당한 딜레마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당초 발표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박 장관은 "질본에서는 발 빠르게 연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별도로 요구했고, 이에 대해 행안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상태에서 발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정도 조직은 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이나 시행 지침을 통해 만들 수 있으니 필요한 연구기관을 차후 논의해서 만들자고 논의된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모든 논의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질병관리본부가 전문성, 독립성을 갖고 보다 효과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할 것인지였다"며 "몇몇 감염병 학자들이 마치 복지부가 욕심나서 조직에 남겨둔 것처럼 오해했다"고 말했다.
향후 역할분담과 관련해서는 "질본이 질병청으로 돼서 적어도 감염병 대처에 대해선 보다 집행력이 높아지고 독자적 판단력도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복지부는 청을 포함한 상위 부서이기 때문에 각종 감염병 관리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큰 틀은 부에서 작동하고 작동 과정에서 청과 충분히 상의해야겠지만 전반적인 제도와 정책에 대해선 부가 주도적인 역할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