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선언' 성과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6일 폭파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남북관계에서 심각한 신호"라고 우려했다. 다만 북한의 실제 노림수가 어디에 있는지, 향후 전망 등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연락채널을 단절한 데 이어 협력사업의 상징도 단절했다"며 "결국 9·19 군사합의 단절까지 예고한 것으로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폭파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사흘 전 담화에서 이미 예고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제 군사합의서 파기를 위한 행동을 할 것"이라며 "(북한군 총참모부가 예고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군사지대 복구 등의 절차를 밟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남북합의를 지키겠다는 정부차원의 강력한 입장표명을 주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남북 정상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라며 "6·15 선언 20주년 기념식을 하루 지나고 이러한 조치를 한 것은 6·15 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방향으로 잡은 것"이라며 "개성공단을 완전히 철거하고,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등 과거의 냉전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며 우리 정부에 '희망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치열한 현실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면 이런 방향으로 가기 어려웠을 건데, 미중 갈등이 북한에 일종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받아 자력부흥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면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파탄내려고 한다는 식의 과도한 의미부여와 해석은 경계했다.
박 전 의원은 "북녘 땅(개성)에서 일어난 일에 우리가 과민반응을 할 필요는 없다"며 "남북은 6·15 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렵다. 우리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마찬가지이며 미국도 똑같다"면서 "여기서 길을 찾아야 한다"며 코로나19 방역협력을 고리로 한 남북미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금강산 관광에서 상징적인 일이 벌어질 것 같다"며 "북한군 총참모부가 국방위원회의 인준을 받겠다고 했으니 국지적인 군사적 도발도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코로나로 어려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며 "내부결속용으로 뭔가를 해야하는 상황에 빠져있고, 외부에도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정신이 없고, 미국은 대선에 인종분쟁 등으로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니, 일종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북한의 추가액션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미 지난해 10월 철거를 지시한 '금강산 남측 시설 폭파'를 언급했다. 다만 "개성공단은 부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나중에 북한이 개방이 된다면 외국의 투자를 받아야하는데, 개성공단을 부수는 모습을 외부에 보여준다면 신용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미국 설득'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미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조심해왔지만, 이제 더 강하게 이야기해야한다"면서 "북측이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부순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치적을 없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치적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대선때까지 북한 문제를 현상유지 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왔지만, 경제적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며 "미국이 다른 일로 바쁘고, 체면상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우리가 나서서 해결할테니 반대만 하지 말라고 설득해야 한다"면서 이번 일을 실질적인 남북협력 추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바라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행로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16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