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초 야심 차게 공개했던 '식물재배기' 상용화에 여전히 매진하고 있다.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이미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프리미엄'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나란히 식물재배기의 면모를 드러낸지 약 반년이 흘렀다. 텃밭에서나 볼 법한 채소들이 집안 가전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공개와 동시에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언제 제품을 출시할지 구체적으로 계획된 게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 LG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LG전자 '프리미엄 식물재배기'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 당시에도 꼭 연내에 출시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단 적이 없다. 언제쯤 상용화 윤곽이 드러날지도 현재로서는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현재 당장 제품 출시 관련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는 않다. 공개 당시 시간을 두고 출시한다고 밝힌 만큼 그때 흐름대로 흐르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CES 2020' 당시에도 식물재배기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장은 힘들다는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CES 현장에서는 1~2년 정도가 소요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월 CES 2020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식물 재배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현재 식물재배기는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조금씩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미 식물재배기 '웰스팜'을 2017년 내놨던 교원 웰스는 지난달 새싹재배기까지 내놓으며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인테리어 기업인 한샘은 식물재배기와 인테리어를 결합한 '시티팜'을 내놨고 독일 가전기업 밀레는 지난해 12월 뮌헨 소재 스타트업 '애그릴루션'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식물재배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소업체가 '소형'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삼성과 LG는 양문형 냉장고 형태의 '대형'·'프리미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양사의 제품은 외관상 거의 비슷하다. CES 당시 삼성전자 식물재배기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적합한 씨앗 패키지를 고르면 미스트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채소를 육성한다. LG 제품은 복잡한 채소 재배과정을 대부분 자동화하는 한편 채소 재배 극대화를 위해 자사 디오스 냉장고의 정밀 온도 제어 및 정온 기술 등이 적용됐다.
식물재배기 시장은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삼성과 LG로서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식물재배기 시장은 오는 2022년 약 184억달러(약 22조2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