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자금 조달 허가 vs 불허"…팽팽하게 맞선 CVC 규제 완화

박용진 의원·경실련 'CVC 규제 완화는 혁신인가? 재벌특혜인가?' 토론회 열어
"외부자금 조달은 금산분리 훼손" vs "외부자금 없인 전문가 참여 못 해 투자 활성화 불가"

입력 : 2020-06-26 오후 6:32:47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정부와 여당 주도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기업주도 벤처캐피털(CVC)의 외부자금 조달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맞부딪쳤다. 외부자금 조달을 반대하는 측은 일반지주회사 소유의 CVC에 외부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면서 재벌에 특혜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타트업계는 외부자금으로 펀드를 결정하지 못하면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수 없어서 투자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CVC가 벤처투자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왼쪽에서 네번째)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CVC 규제 완화는 혁신인가? 재벌특혜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새로운사회의원경제연구모임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CVC 규제 완화는 혁신인가? 재벌특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용하려면 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 형태로 존재하되, 외부 차입금이 없는 100% 내부 자금 혹은 동일 계열사의 자금으로만 CVC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산분리 원칙은 깨질 수 없기 때문에 외부자금 없이 펀드를 조성하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외부자금을 들여와서 하는 형태로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결성하게 되면 CVC가 사실상 금융기관이 되기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을 해쳐 곤란하다"고 했다. 
 
전 교수는 미국의 알파벳이 소유한 구글 벤처스의 예를 들면서 "구글 벤처스는 100% 자회사고 펀드에 100% 알파벳의 자금을 가져다 댄다"며 국내에서도 CVC 규제 완화는 이런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CVC가 외부자금을 끌어들인다고 해서 은행과 같이 금융기관의 형태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벤처투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자금을 모아서 하는 것이므로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으는 은행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외부자금으로 펀드를 결정하지 못하면 포트폴리오를 분산해서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투자 전문가가 들어오지 않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투자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앞서 전 교수가 발제에서 언급한 구글 사례를 언급하며 사실 확인도 요구했다. 최 대표는 "구글 벤처스는 100% 자기 펀드 투자가 맞지만, 구글의 사례는 전략적으로 자신들이 투자하는 곳에 다른 곳이 함께 투자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취한 예외적인 사례다"며 "미국의 많은 CVC가 외부 투자금을 유치해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VC 대신 벤처지주회사를 먼저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승규 공정위 과장은 "벤처지주회사는 비계열사에 투자할 때 총액이 지분의 5%를 넘으면 안 된다는 부분 때문에 투자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현재 이 규제를 없애기 위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나와 있는 상태"라며 "벤처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용한다 해도 외부자금 조달을 찬성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 과장은 "모회사나 계열사의 자금만을 이용한 전략적 투자도 많다"며 "해외에서 CVC를 운영하는 LG와 SK도 계열사 자금으로만 투자를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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