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를 강력히 반대해오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갑자기 사망한 이후 정부 여당이 그린벨트 해제를 압박하고 나서자 나흘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전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현재 1차적으로 5~6가지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과제들에 대한 검토가 끝나고 나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7·10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당시에도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고 선언했었다. 당일 YTN 방송에 출연해서는 "현재로선 정부가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없다”며 “정부가 앞으로 검토해 나갈 여러 대안 리스트에 그린벨트 해제는 올려놓지 않았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만에 입장이 바꼈다. 7·10 대책에도 수도권 주택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만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린벨트 해제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영향도 있다. 그동안 여당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사망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켜야 할 보물'이라며 강력 반대해 왔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그린벨트 유지 등 그동안 유지해왔던 기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온다.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49.13제곱킬로미터(㎢)로, 강남권에선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동구 8.17㎢, 강남구6.09㎢, 송파구 2.63㎢ 등 순이다.
홍 부총리는 추가 공급대책과 관련해 "현재 도심 고밀도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주택 공급 등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7월 말에는 공급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세균 총리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메모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