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야당 대표와 주요 진보단체가 후분양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후분양은 참여정부 정책이지만 사고 유연성을 어필하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편을 들었다. 여기에 경실련이 통합당 당론으로 밀어붙일 것을 권유하면서 문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 대책으로 꺼낸 후분양은 공급부족과 원가상승을 야기해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5일 경실련은 전날 김 위원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한 발언을 지지한다며 통합당 당론으로 채택해 즉시 입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그간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후분양제 도입을 지속 주장해왔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 선분양제 국가로, 이로 인해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지고 소비자들은 수억원을 지불해 입주한 아파트에서 각종 하자 문제를 겪는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가 2018년 6월 후분양 활성화를 공표하고 대책을 추진해왔으나 진전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경실련은 “20대 국회에서 정동영 의원이 후분양제 법안을 내놨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무관심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도 업계 충격 운운하며 생색내기용 후분양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부동산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면 성공할 수 없다”며 근본적 시장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청년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함께 아파트 후분양제를 제안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 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후분양제가 효과를 낼지는 불분명하다. 건설업계나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완공된 아파트 매물 하자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만 분양가 부풀리기를 꺼뜨리는 효과 이면에 원가상승과 공급부족을 야기하는 상충된 면이 있어, 가격 안정화를 이끌어낼지 미지수다.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금의 선분양방식은 과거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 대량공급 목표로 추진된 제도다. 건설사가 주택공급시장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해 주택 부족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건설사는 자금조달 리스크를 사전 해소해 안정적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수요자 역시 주택구입자금을 분할 납부함으로써 자금 마련 부담을 덜게 된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후분양은 건설사 및 수요자의 자금 부담이 커질 것이 예측 가능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후분양제 도입 시 주택건설자금 추가 조달규모가 35.4~47.3조원에 이르러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연평균 약 8.6만~13.5만호 주택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건설사가 조달자금에 대한 이자비용 발생으로 선분양 대비 분양가격을 3.0~7.8%까지 올릴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분양가격 상승이 소비자 대출이자에 영향을 줘 가구당 90만원~1110만원 이자비용 증가를 예측했다.
서울 집값 상승을 두고 일각에선 서울 내 주택 공급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공급부족을 가중시키는 후분양은 부정적이다. 이날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주택 32만호를 포함해 77만호를 수도권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정부는 수급조절에 힘쓰는 중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