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성추행 의혹'에 '사적 영역' 운운 우려된다

입력 : 2020-07-16 오전 6:00:00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의 모임인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지난 14일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이라는 '공적 영역'을 계승할 뜻을 공표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사적 영역으로 규정하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실망과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구청장협의회뿐만이 아니다. 박 시장 실종 당시에도 '미투' 소문이 돌자, 일부 언론에서는 사적인 일로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적'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이번 사건은 사인과 사인이 다투는 민사 사건이 아니라 '피해 호소 여성'이 고소한 형사 사건이다. 국가 기관인 검찰이 혐의점 여부를 들여다보고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당사자 중 일방인 고소인을 대리해 소송의 주체, 즉 당사자가 된다.
 
박 시장 같은 공인이나 유명인이 아니라, 알려져있지 않은 평범한 개인과 다른 평범한 개인이 성추행 여부를 두고 고소 공방을 벌이더라도 사적으로 단정하기에 어폐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박 시장이 사망해 사건이 '공소권 없음'이 되고 검찰 관여가 더이상 없다고 해서 사적 영역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어떤 공무원이 공금 횡령 의혹이 있는 상태에서 사망해도 해당 사건이 사적인 일이 됐다고 보기 힘들다.
 
아울러 이번 일은 점점 더 공적 영역이 돼가고 있다. 서울시는 15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관이 포함된 이상 공적 성격이 더해져간다고 볼 수 있다.
 
돌아보면 성추행을 비롯한 성폭력의 경우, 개인들의 일이라고 치부해온 행위를 형사 영역으로 끌어오면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가정 폭력과 데이트 폭력, 스토킹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관여해야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사적 영역으로 부르는 것은 이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이고 사회적인 공감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중대하지 않은 일로 함부로 치부하면 피해 호소 여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다.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중요한만큼, 사건의 경중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신태현 공동체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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