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가 추가로 제기한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온·오프라인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추가로 접수된 고소장과 관련해 피해자 A씨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변호인, 여성단체가 지난 13일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기 전 인터넷에서의 신상털기와 비난 등 2차 가해 행위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이 실종된 후 온라인에서 A씨 고소장이란 제목으로 퍼진 글과 관련해서도 유포자 처벌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A씨의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고소장이라며 떠돌아다니는 그 문건은 우리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라면서 "문건 안에는 사실상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서울지방경찰청에 해당 문건을 유포한 자들,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 처벌해 달라고 고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A씨는 박 전 시장이 "셀카를 찍자"면서 신체를 접촉하고, 퇴근 이후에도 음란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8일 오후 4시30분쯤 강제추행 등 혐의로 고소하고, 9일 오전 2시30분쯤까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후 박 전 시장에 대해 9일 오후 5시17분쯤 가족의 실종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10일 오전 0시1분쯤 서울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서울특별시장으로 5일장이 진행됐으며, 박 전 시장은 13일 발인 후 고향인 경남 창녕군 부모 묘소 옆에 안치됐다.
경찰은 박 시장의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서울북부지검 검사의 지휘에 의해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예정이며, 다만 이번 절차는 변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유족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에 대해 타살 혐의점은 없어 보이나, 이 사건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고인의 휴대폰을 포렌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숨진 장소에서 발견한 아이폰 한 대를 보관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에는 사망 전 행적이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정보들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어 사실관계 확인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나온 일부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해당 자료에는 박 전 시장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와 사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 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왕해나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