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최근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으로의 쏠림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우려되면서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금리 인하 효과를 주시하되, 추가 금리 인하보다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인 정책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1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해 있기에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 공개시장운영, 국채 매입 등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즉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한은이 최근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저금리 기조에 유동성 공급 확대가 부동산 자산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광의통화량(M2)은 3053조9000억원으로 한 달만에 35조4000억원(1.2%) 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가계와 기업의 신용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은 측은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전월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평했다. 한국감정원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7월 첫째 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11% 올라 작년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번 금리동결 조치가 현재 성장·물가 흐름과 향후 전망 등을 감안해 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를 끌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정부의 거시 건전성 정책, 수급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쏠리지 않게끔 더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생산적인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은도 정책 파급효과와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살펴 양적완화를 비롯한 비전통적 정책을 추가로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까지 내려가면서 주요 은행들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1%대까지 하락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적용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계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전날 대비 0.17∼0.18%포인트씩 인하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