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SK하이닉스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업계 예상치보다 약 2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언택트(비대면) 시장 증가 호재에 힘입어 서버·PC D램 수요가 급증한 게 '깜짝 실적'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8조6065억3400만원, 영업이익 1조9467억1500만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4%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205.3%가 늘었다. 애초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매출 8조2579억원, 영업이익 1조7398억원이었던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크게 웃도는 성적표다.
이번 호성적의 배경에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모바일을 제외한 서버·PC 등 D램 수요 강세로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조성된 게 크다. 또 주력 제품의 수율 향상 등 원가 절감이 동반되면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 분기 대비로도 각각 20%, 143% 증가했다.
D램의 경우 모바일 고객의 수요 부진이 지속됐으나 상대적으로 수요와 가격이 견조했던 서버와 그래픽 제품의 판매를 늘렸다. 그 결과 지난 분기 대비 출하량은 2%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15% 상승했다. 낸드플래시는 우호적인 가격 흐름이 이어진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낸드플래시 사업 중 SSD 비중이 처음으로 50%에 육박했다. 지난 분기와 비교할 때 출하량은 5%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8%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경영환경에 대해 코로나19와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국가들의 부분적인 경제 활동 재개와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고 신제품 출시가 예정된 게임 콘솔 등에서 수요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5G 스마트폰 원가 부담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5G폰은 카메라, 비디오, 처리 속도 등이 중요시 될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D램 처리 용량과 저장 용량이 요구될 것으로 이는 긍정적인 요소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SK하이닉스는 품질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수익성 중심으로 제품을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시설 투자와 캐파(생산능력) 운영은 기존 계획대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D램은 10나노급 2세대(1Y) 모바일 D램의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하고, 채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LPDDR5 제품도 적기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64GB 이상 고용량 서버향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10나노급 3세대(1Z) 제품의 양산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다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D램 가격은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하반기 D램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과 게임 콘솔 수요에 대응하고 고객 다변화를 통해 서버향사업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128단 제품의 고객 인증을 확대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3분기말부터 128단 낸드플래시를 본격 판매할 계획"이라며 "SSD뿐만 아니라 모바일향 고용량 메모리 수요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96단과 128단 낸드플래시 비중이 3분기 60%, 4분기 70%를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내년 비트그로스(생산량 증가율)가 각각 20%, 30% 초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 관련해서는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 재고는 3분기까지 상반기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2분기 재고량은 1분기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3분기에는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2분기 수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의 가격은 서버와 PC를 중심으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모바일 D램의 가격은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낸드플래시는 SSD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예상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