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정화기자] 현대건설(000720)의 매각을 두고 범 현대가의 인수가 유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들 현대가 내에서도 이번 인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자금력 때문에 인수기대를 모은 현대차(005380)는 현대건설 인수가 사업적인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직접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오너의 결심과 현대건설의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간접적인 방식의 인수전 참여가 이뤄질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가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에 대한 인수는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3조원대의 자금은 신차를 몇 대씩 개발하고도 남는 막대한 규모인데다,도요타가 보유한 현금을 통해 리콜사태를 극복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 인수는 실익면에서 달갑지 않은 대상입니다.
현대차 이외에도 대규모 인수전에 잘 나서지 않기로 유명한 KCC(002380)와 오일뱅크 인수로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한 현대중공업(009540)도 사업면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제스쳐는 취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분위기는 이들과 확실히 다릅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상선(011200), 현대아산과 같은 계열사와 현대건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면에서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인수를 통해 현대그룹의 부활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 인수 의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을 위기로 자금력이 부족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 현대차 등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인수에 소극적인 반면, 현대그룹은 인수에 적극적이지만 자금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인수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현대건설 매각이 범 현대가 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그룹이 이들 현대가 기업을 상대로 자금을 이끌어내는 것이 인수전의 관건으로 보입니다.
직접적인 인수전 참여가 부담스럽다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간접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현대그룹이 현대가 기업들을 상대로 다양한 자금지원 유도 카드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들 기업의 오너간 갈등 등 현대가의 해묵은 과제들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인수를 위한 자금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대그룹이 이들 기업을 상대로 자금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현대건설의 인수가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뉴스토마토 우정화 기자 withyo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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