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이제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의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면서 "우리도 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복지의 대상으로 변화시켜 가야한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확고부동한 원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되풀이되는 주택시장의 불안에 대해 정부·여당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방위적이며 전례 없는 수준의 대책을 마련했고, 국회 입법까지 모두 마쳤다"면서 "불로소득 환수와 대출 규제 강화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주택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과 함께 세입자 보호대책까지 포함해 4대 방향의 정책 패키지를 마련했다"며 '주택·주거 정책의 종합판'으로 자신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4대 방향 정책 패키지'의 내용과 기대효과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세제 개혁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단기투자 이익에 대한 과세 강화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조치다. '부동산 투기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두번째로 "주택시장으로 투기자금 유입을 막아 과열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이른바 갭투자를 차단해 가격불안 요인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가계와 금융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과잉 유동성을 생산적인 부분으로 유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번째로 "실수요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공급대책을 마련했다"면서 "군 골프장, 요지의 공공기관 부지 등 신규 택지 발굴과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 등으로 무주택자, 신혼부부와 청년 등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대폭 늘렸다"고 소개했다. 또 "공공분양 주택에 대해 지분적립형 제도를 도입해 무주택자의 주택구입 부담을 최대한 줄여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임차인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며 "계약갱신 기간을 2년에서 추가 2년을 더 늘리고,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 지 40년 만에 획기적 변화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기울어진 관계를 개선하여 서로 합리적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정부는 새 제도를 조속히 안착시켜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세제를 강화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면서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며 보유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임차인 보호에서도 주요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며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일정한 예외사유가 없는 경우 무제한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특히 주요 도시들에는 표준임대료나 공정임대료 제도 등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번에 제도가 적지 않게 변화되면서 국민들께서 불안이 크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는 변화된 정책을 상세히 알려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고,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대책이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겠다"며 △중저가 1주택 보유자 추가 세금 경감 △공공임대주택을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 △교통 문제 등 후속대책 마련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 검토 △고시원, 쪽방 등의 '주거의 질' 향상 등을 언급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정치권과 언론에도 협조를 당부 드린다"면서 "주택보유자와 무주택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기보다는 새 제도의 안착과 주거의 안정화를 위해 함께 힘써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는 지금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책임을 정부여당이 아닌 보수언론과 야당 등에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