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소비가 침체한 상황에서
LG전자(066570)가 올해 상반기 북미와 유럽을 합친 것보다 많은 매출을 내수 시장에서 쌓았다. 이는 전통적으로 강한 생활가전이 국내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누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총 10조31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각각 2위·3위인 북미(6조4934억원)와 유럽(3조8187억원)과 비교해 차이가 컸다. 아시아(2조9105억원)와 중남미(1조2960억원), 중동·아프리카(1조1305억원) 시장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성과는 생활가전을 맡고 있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 활약 덕분이다. LG전자 생활가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외 소비가 줄어드는 분위기에도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며 2분기에만 매출 5조1551억원을 올렸다.
특히 '스타일러'·건조기·식기세척기 등 LG전자를 대표하는 건강관리가전이 변함없이 인기를 끈 게 이번 국내 시장 매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전자 건강관리가전은 2016년 대비 무려 매출이 161% 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세먼지·수질오염·식품위생 등 사회·환경 문제의 급격한 증가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지속적으로 확산된 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LG전자 관계자는 "생활가전이 코로나19 여파에도 1~2분기 성장했다"며 "신가전 제품의 매출 비중 및 수익성이 꾸준히 두 자릿수를 유지한 게 이번 생활가전 성장의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내수에서 가장 많은 10조85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북미(7조265억원)와 유럽(4조1902억원), 아시아(6조6228억원), 중남미(3조5857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북미와 유럽 매출을 합치면 내수 시장보다는 많았으나 올해는 두 대륙을 합쳐도 내수에 모자랐다. 그만큼 내수가 버팀목이 돼 상반기 실적 방어에 단단히 견인한 셈이다.
내수 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달성했지만, LG전자 상반기 5대 매출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미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홈 데포', '로우스'와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 '스프린트'였다. 이는 북미를 중심으로 생활가전과 모바일 부문 등에서 꾸준히 성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미 시장 자체가 타 지역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예로 상당 기간 모바일 부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LG전자지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올해 2분기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36.8%)과 삼성전자(27.1%)에 이어 3위(13.9%)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생활가전 인기로 인해 가장 높은 매출을 이끌어냈다"며 "유럽은 TV 매출이 워낙 크고 북미는 생활가전은 물론 모바일 매출도 꽤 크다. 특히 북미의 경우 워낙 시장이 크기 때문에 매출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