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최근 나란히 자사 전자제품·콘텐츠에 24시간 유럽축구 전문 채널을 추가했다. 스포츠 유료 시청이 생활화한 유럽 문화를 활용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프랑스 법인은 지난 20일 스페인 방송사 '미디어프로'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업 내용은 미디어프로가 지난주 론칭한 24시간 유료 축구 TV 서비스인 '텔레풋'(Telefoot)의 애플리케이션을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지난해와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TV에 텔레풋이 자동으로 설치된다. 앱을 통해 수동으로 설치하거나 직접 구독할 수 있고 기존 텔레풋 계정을 사용해 로그인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협업은 애플 등 타 업체를 겨냥한 것이다. 이미 애플은 애플TV·아이폰·아이패드 등 자사 플랫폼·기기에 텔레풋 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미디어프로와 체결했다. 애플 디바이스가 유럽축구 서비스 구축에 나서면서 삼성 역시 안드로이드 등에 체계를 갖추는 모양새다.
텔레풋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는 프랑스 프로축구 1·2부리그 '리그1·2' 경기들로 4K UHD 화면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리그1·2 경기 뿐만 아니라 국가별 클럽 대항전인 20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리그 경기도 볼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디어프로는 리그1 방송 권리를 따내기 위해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시즌당 7억8000만유로(약 1조900억원)를 지불하고 프랑스에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으로 약 35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 유치를 목표로 한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스포츠 중계를 유료로 시청하는 게 대중화하지는 않았으나 스포츠가 발전한 유럽 등에서는 월정액 요금제 등을 활용해 중계를 보는 게 보편화돼 있다. 경기장을 직접 찾는 게 아니라면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유료 중계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다. 두 업체의 미디어프로와 협력은 경기가 열리는 주말마다 현지 팬들을 자사 제품 앞으로 끌어모을 기회다.
프랑스 리그1 중계 등을 알리는 미디어프로 텔레풋 광고. 사진/삼성전자
영국 BBC에 따르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벌어들일 중계권료만 92억파운드(약 14조3000억원)로 추산될 만큼 유럽축구 시청 규모는 매우 크다.
프랑스 리그1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밀집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만큼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리그 수준을 갖춰 관심도가 크다. 올 시즌 리그1 우승팀인 파리 생제르맹은 최근 끝난 2020~202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총 세 가지 텔레풋 상품 중 자신이 원하는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장기 약정 없이 월 14.90유로(약 2만1000원)를 내면 스마트폰·태블릿 기기용 모바일 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제품과 달리 프랑스 프로축구에만 접근할 수 있고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는 볼 수 없다.
두 번째로 월 25.90유로(약 3만6000원)를 내면 1년 약정으로 모든 화면을 4K UHD와 HDR 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프랑스 프로축구는 물론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와 결합한 상품은 1년 약정에 월 29.90유로(약 4만2000원)를 내면 사용할 수 있다.
이미 미디어프로는 프랑스 3대 이동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브위그텔레콤'과 텔레풋 채널을 제공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협력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프랑스 법인 관계자는 "스포츠 팬들이 삼성 스마트 TV를 통해 직접 축구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삼성과 미디어프로의 파트너십은 가능한 콘텐츠 규모를 최대로 확대하려는 우리의 야망을 확인케 한다"라고 이번 파트너십 의미를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